최근MBC 인기 드라마 '이산'에서는 정조(이서진)의 후궁 원빈이 위임신(僞姙娠·상상임신)한 설정으로 시청률에서 재미를 봤다. 어렵게 왕위에 등극한 정조는 정비인 효의 왕후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 이러한 왕실에 원빈의 임신 소식은 낭보 중의 낭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임신이었다. 이를 숨기기 위해 원빈 측은 임신 했다가 사산(死産) 된 것으로 조작하려 했다가 이 사실마저 들통난다. 원빈이 평소에 익모초(益母草) 달인 물을 상복하고 있던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익모초가 뭐길래 '가짜 임신'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을까. 익모초는 이름 그대로 '어머니를 돕는 풀'이다. 한방에서 평소 몸이 차거나 생리가 불순해서 아기가 잘 들어서지 않는 경우나 출산 후 기력을 보하는 데까지 두루 쓰인다. 그러나 임신 중에는 익모초 복용을 금한다. 자궁을 수축시키는 효능이 있어 임신 유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빈이 익모초 물을 먹고 있었다는 것은 임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생리 불순이 아니라 생각이 불순했다.
상상임신은 임신을 간절히 원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반대로 임신이 됐을까봐 두려워하는 노심초사 상황에서도 생긴다. 상상임신은 머리 속으로 임신이 됐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착각의 정도가 얼마나 강한지 신체적으로 임신과 똑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생리가 늦춰지고, 입덧도 한다. 가슴이 욱신거리고 유방에도 통증이 온다. 복부 팽만이 오고 체중이 늘기도 한다. 심지어 태동도 느끼니 상상의 힘은 대단하다. 반복해서 상상임신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여기에도 터울이 있는 셈이다.
상상임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임신에 대한 욕구 혹은 두려움이 지나쳐 그것이 내분비기관의 기능을 교란시켜 임신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산부인과에는 상상임신 증세로 임신 확인 검사를 받으러 오는 여성들이 간혹 있다. 대개 불임 여성들이다. 이런 경우 초음파나 호르몬 검사 결과를 통해 임신이 아니라는 점을 환자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
치료는 별다른 게 없다. "아닌데요"라고 말해주면 대부분 정상 상태로 돌아간다. 때론 소화기나 비뇨기질환 증세가 상상임신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있으니 추가 검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국내 불임부부는 8만7000여 쌍. 자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산부인과 병원에 딸린 유아용품 가게에서 산모보다 불임여성이 아기 옷을 더 많이 사간다고 하니, 그 간절한 심정이란…. 오죽하면 상상임신 할까 싶다.
금주의 메디컬 CSI 팀원: 김상우 자생한방병원 부인과 원장, 정상희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정상적 임신을 위한 메디컬 CSI 조언
1 35세 여성은 20대 초반 여성보다 임신 가능 확률이 절반 수준. 남성도 나이 들면 정자 활동력 감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기 낳으라는 어른 말 새겨들을 것.
2 고환은 온기에 약하고, 자궁은 냉기에 약해. 남성은 꽉 끼는 청바지 피하고, 여성은 '배꼽티' 자제할 것.
3 불임 원인의 40%는 남성. 과도한 스트레스, 비만, 흡연, 과음 등이 '정자 건강' 위협하니, 해당자는 밭 탓하지 말고 씨부터 점검할 것.
4 원치 않는 임신 피하려면 다음 표어 외울 것. "설마 한 날 임신 있고, 혹시 한 날 임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