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회사원 이모씨(26)는 얼마 전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 1회분을 보다 깜짝 놀랐다.

평소 여자친구와 즐겨가던 서울 종로의 M모텔 객실이 극중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서우진(손예진)이 다방 여종업원으로 위장해 탈주범 장진규(정 진)를 만나러 갔던 곳이 바로 M모텔의 객실이었다. 탈주범이 도주하는 장면에선 M모텔의 간판은 물론 주변 상가들까지 덩달아 TV 전파를 탔다.

최근 들어 유명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모텔이 등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M모텔 외에 종로구 C모텔, 강남구 역삼동 N모텔, 영등포구 L모텔이 각종 촬영장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호텔급'으로는 수원 M호텔, 파주 W호텔이 대표적이다. 업소명이 호텔이고, 시설 역시 '호텔 뺨치는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모텔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이용객들에겐 모텔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모텔 정보 포털사이트 'MT가이드'(www.mtguide.com)의 채경일 대표는 "모텔업계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고급화, 테마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객실마다 인테리어를 다르게 꾸민 모텔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독특한 디자인과 인테리어, 노천탕이나 수영장 같은 고급 시설들이 있어 영화, 드라마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케이션 헌터(드라마 장소섭외 전문가)의 레이더에 딱 걸린 '그림 좋은 모텔'의 안팎을 들여다 봤다.

▶ '우리결혼했어요' 황보 - 현중네 집

수원M호텔 스위트룸 1302호

복층식 구조 - 총60평 규모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색즉시공2' '가면' '아랑' '애인' 촬영장소

▶ '스포트라이트' 서우진 - 장진규신

서울 종로 M모텔 일반객실

숙박료 5만5천원

한달 줄다리기 끝에 평일 낮시간 촬영
이용조건은 간접노출 - 엔딩크레딧 명시

▶한달간 조른 제작진, 촬영 허락을 얻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 첫회에는 서울 종로구 M모텔이 등장했다.

제작진은 이용요금을 내지 않은 대신 방송 분량 중 간판을 스쳐 지나가는 간접 노출과 엔딩크레딧에 '장소협조 ○모텔'을 표시했다.

실내 촬영분은 하루에 끝났지만 탈주범이 객실 유리창을 깨고 옥상을 뛰어넘어 탈출하는 장면은 며칠에 나눠 찍었다고 한다.

숙박료가 5만5000원인 일반객실이었지만 드라마 제작진이 이 객실을 카메라에 담기까지는 무려 한달이 걸렸다.

M모텔 김 진 상무는 "카메라를 들고 왔다갔다 하면 손님들이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한번도 방송이나 영화 촬영장소로 협조한 적이 없었다"며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워낙 적극적으로 요청을 해서 가장 한가한 평일 낮시간에 복도에서는 촬영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촬영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제작사쪽에서 한달이 넘도록 끈질기게 요청해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우리 모텔 촬영분량이 방송된 이후 손님들이 '드라마에 나왔던 곳'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방송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국내 최초로 객실 내 찜질방을 도입했던 수원 M호텔 스위트룸 1302호(일명 스타빌라)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주인공 엄정화의 집으로 사용됐다.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황보-김현중 커플의 집으로 나온 곳이 바로 그 1302호였다. 촬영은 1302호에서 하지만 스태프와 출연진 등이 대기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작진은 13층에 2개 객실을 쓰고 있다.

M호텔 스위트룸은 복층형이며, 위-아래를 합해 60평형 규모다. 2005년부터 100여건의 영화, TV, 패션화보 등의 배경으로 쓰였고, 이에 대한 1일 이용요금이 별도로 책정돼 있다.

M호텔 관계자는 "13층 스위트룸은 주로 촬영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일반고객들은 3~11층까지 56개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M호텔 스위트룸을 거쳐간 작품으로는 영화 '색즉시공2'와 '가면', '아랑', '애인' 등이 있다.

▶호텔급 모텔의 1일 대여료는?

경기도 파주시의 W호텔은 특급호텔을 능가하는 초호화 객실로 유명하다. 수영장이 딸린 스위밍스위트의 1일 정상 숙박요금은 무려 80만원이다. 비싼만큼 고급 자재를 이용했고, 공간이 넉넉해 다양한 촬영각도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W호텔측은 "노천탕, 수영장 등 독특한 시설이 있고, 다양한 공간을 앵글에 담을 수 있어 제작진의 만족도가 높다"며 "오후 8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까지를 1회분으로 계산해 250만~400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W호텔을 거쳐간 드라마 작품으로는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 '내 남자의 여자', MBC '거침없이 하이킥', '캐세라세라' 등이 있고, 영화는 김수미-임채무 주연의 '못 말리는 결혼', '내 아내가 결혼했어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가 대표적이다.

▶촬영하러 왔다가 '고객'으로 다시 오는 연예인들

유명 모텔이 영화,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많이 쓰이면서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났다. 촬영하러 왔던 연예인들이 얼마 후 '손님'으로 다시 그 모텔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불륜이나 스캔들은 아니다. 수영장, 노천탕 등 독립된 시설이 마음에 든 나머지 가족 단위로 '1박2일' 나들이를 오는 것이다.

파주 W호텔의 경우 객실 시설도 특A급이지만 스카이라운지 와인바의 분위기와 음식맛이 좋다는 소문 덕분에 연예인들의 '즐겨찾기'로 떠올랐다.

▶더 예쁜, 더 좋은 객실을 찾아라!

28개의 객실을 갖춘 종로의 C모텔은 톡톡 튀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인테리어 덕분에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 모텔은 케이블TV Q채널의 '천일야화', tvN '박수홍의 Something New' 촬영장소로도 쓰였다.

서울 역삼동 N모텔은 SBS 드라마 '황금신부'와 윤계상 주연의 영화 '6년째 연애중'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몰카'(몰래카메라)를 소재로 다룬 영화 '연애술사'에는 경기도 장흥 J모텔과 대구 F모텔이 각각 캐스팅됐다. '내 여자의 남자친구'에는 서울 영등포의 L모텔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