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번화가인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휴일인 8일 대낮에 무차별 살상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이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전문 상가인 아키하바라는 도쿄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필수 코스로 찾는 전통적인 쇼핑 거점이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행인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7명은 모두 일본인이다.

낮 12시35분쯤 한 남성이 2t 트럭을 몰고 갈 지(之) 자로 주행하면서 아키하바라에서 가장 인파가 많은 JR아키하바라역 주변 주오(中央)로와 간다묘진(神田明神)로가 교차하는 사거리로 돌진했다. 당시 이 도로는 휴일을 맞아 자동차 통행을 차단하고 행인들에게 차도를 개방하는 '보행자 천국'을 실시하고 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차례차례 행인들을 친 남성은 트럭에서 내린 뒤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흉기로 행인들을 찌르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행인들이 사방으로 도망갔으나 인파가 많아 경찰 1명을 포함해 남성 14명과 여성 3명 등 모두 17명이 차에 치이거나 흉기에 찔렸다. 흉기에 찔린 피해자의 절반이 뒤에서 등을 찔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범행 후 도주하다가 행인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1㎞ 떨어진 지역에서 체포됐으며, 시즈오카(靜岡)에 거주하는 25세 가토 도코히로(加藤智大)씨로 밝혀졌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키하바라에 왔다. (범행 대상으로서) 누구라도 좋았다. 세상이 싫어졌다"고 말했다고 일본 경찰은 밝혔다.

8일 낮 12시35분쯤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 전철역 인근에서 발생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의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칼에 찔려 쓰러진 시민들을 응급조치하고 있다.

일본에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유 없이 행인들을 살상하는 이른바 '도오리마(通り魔·만나는 사람마다 해를 끼치는 악마) 사건'이 종종 일어나, 대표적인 사회 병리현상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사건은 일본의 과거 '도오리마 사건' 중 가장 참혹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건이 터진 이날은 2001년 한 정신질환자가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 학생과 교사에게 칼부림을 자행해 8명의 어린이를 숨지게 한 사건이 터진 지 꼭 7년째가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