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의 배후는 조선·중앙·동아일보다."(백원우 민주당 의원·13일 KBS 심야토론)

"(광우병 위험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12일 MBC 뉴스 후)

조선일보와 동아·중앙이 지난 정부에서 광우병의 위험을 부풀리다가 새 정부 들어서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논조를 바꿨다고 일부 방송이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근거 없는 주장과 루머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당시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것은 신문의 의무

지난 13일 밤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에선 모두 조선·중앙·동아가 광우병 괴담의 배후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과거에는 광우병이 위험하다고 하다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그 근거로 지난 2001년 조선일보에 게재된 '100개국 이상 광우병 위험'(2월 8일), '광우병 환자 수 빙산의 일각'(5월 15일) 등의 기사를 언급했다.

당시 기사는 "유럽산 육골사료가 100개국 이상에 수출된 것으로 추산된다"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발표와 광우병 사태 진원지인 영국 BBC의 보도 내용을 전했다. '광우병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1년 당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외신 보도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은 신문으로서 당연한 의무였다.

백 의원이 '조선일보 말 바꾸기'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한 작년 8월 본지 사설 '미국 쇠고기 안전 확신 책임은 미국 몫'은 오히려 조선일보의 논조가 일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기사는 당시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 뼈(수입금지 품목임)가 발견돼 우리 정부가 미국 쇠고기 검역을 중단한 시점에 보도됐다. 기사의 요지는 "미국이 수출을 하려면, '약속'한 대로 검역을 엄격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당시에도 미국 쇠고기는 무조건 수입해선 안 된다거나, 광우병 위험성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안전관리 규정을 들어 미국에게 검역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백 의원은 이날 토론에 참석하면서 기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나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2001년 광우병 감염 우려 지역인 유럽 국가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 갑자기 쇠고기를 지원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지 이규태 칼럼 '인간 광우병'까지도 "광우병 위험을 부풀린 기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사를 (제목만 본 것이 아니라) 다 읽어봤다"고 주장했다.

광우병 관련 논조 바뀐 적 없어

MBC '뉴스 후'는 지난 12일 밤 '조선일보가 말 바꾸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본지가 '뉴스 후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지만, MBC는 이번에도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뉴스 후'는 지난 2003년 12월 29일 조선일보 기자수첩 '뭘 믿고 고기 먹으라나'를 '말 바꾸기'의 근거로 제시했다. 뉴스 후가 근거로 삼은 것은 "99.99% 안전해도, 정부가 나머지 0.01%의 위험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믿음을 못 주는 것이다"라는 한 구절이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가기 닷새 전 미국 워싱턴주(州)에서 처음으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았다.

당시 본지 기사는 "도축 과정에서 뇌 등이 파열돼 살코기에 묻을 경우 … 확률적으로 볼 때 살코기가 감염될 가능성이 미미한 것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광우병은 위험하지만, 잘 관리하면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전제한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 소가 발견됐는데도 미국 쇠고기의 유통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했던 것이다.

"수퍼 파워 미국이 세계인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까지 자국 이익을 앞세워 힘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한 2004년 1월의 기자수첩 '광우병에도 힘의 논리' 역시 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쇠고기 수출에만 신경을 쓰는 미국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었다.

이후 미국은 광우병 소 발견 이후 4년간 광우병 사전 관리를 강화해 지난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부여 받아 세계 90여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상태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까지 광우병 소가 발견돼 전 세계가 놀랐던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같은 반열에 놓고 비교한 '뉴스 후'는 4년이라는 시차를 무시했다. 기사의 앞뒤를 뚝 자른 후 특정 문장만 보여주면서 조선일보가 말을 바꾸었다고 주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