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 제작 바른손․영화사 그림)의 개봉을 앞두고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정우성은 방송을 즐겨 찾지 않고 오로지 작품으로만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다른 배우들처럼 작품하나를 마치고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등에 출연해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법도 없다. 이번에는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역시나 였다. "저는 원래 그런 거 안 해요"라는 그는 최근 한 아침 방송을 통해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전파를 탄 것 역시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며 방송이 나간 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만 정우성이라는 영화인을 말하고 싶어 했다. 현재도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감독이 되어 작품으로 관객들과 대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도 하다.
정우성은 영화배우 데뷔 15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비감이 존재하는 배우다. 하지만 그 스스로 숨기거나 거짓으로 꾸미려 하지는 않는다. 정우성은 솔직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역시 솔직했다. 대중이 갖고 있는 신비감이 약간은 깨질만한 솔직하고 과감한 화법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일반인들이 정우성에게 하고싶었던 질문들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화자도 거침 없이 질문을 던졌다. 가발(?)에 대한 루머도.
이하 정우성과의 일문 일답.
▲요즘 홍보활동으로 바쁘시죠? 어떻게 지내시나요?
정우성(이하 '정')-3일 동안 매일같이 술을 마셨어요. VIP시사 뒤풀이, 스태프 시사 뒤풀이가 있었어요. 어제는 배우 친구 생일파티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얘기를 흥겹게 해줘서 술이 잘 넘어가더군요(웃음).
▲영화를 본 친구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정-'정우성 너무 멋있게 잘했어' 그러던데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겸손한 척이라도 할 텐데. 좀 뻔뻔하시네요(웃음).
정-저는 어떤 척을 못해요. 멋진 척도 못하고, 겸손한 척도 못하고. 질문에 솔직히 답하려고 해요. 어떨 때는 너무 솔직해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죠. 될 수 있으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고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솔직하지만 여전히 신비감이 커요. 그 신비감은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나요?
정-하하하.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팬들은 당신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 수 있는 건가요?
정-음…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멋있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일부러 멋 있으려 하지 않아요. 마음이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제게서 나오는 멋은 모양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 같아요.
▲자신감 있는 행동도 중요하지만 얼굴도 잘생겨야 겠죠?
정-저보고 어떻게 답하라고요(웃음).
▲일반인들이 정우성 씨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왔어요. 그들의 나이와 직업도 알려드릴 테니 곤란한 질문이라도 성실한 답변 부탁 드릴께요.
정-네, 재미있겠네요.
▲연예계 일 많고 다른 하고싶은 일이 있나요?(25세 여성, 출판사 기획)
정-25세. 나이 좋다~ 나이가 좋아(웃음). 관심 있는 일을 벌려 투자도 해봤지만 지금은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상태에요. 다른 일에 관심이 있다고 섣불리 시작하는 것은 욕심인 것 같아요. 본업 말고 다른 일을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어야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일은 영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파트만 다른 뿐이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는 똑 같기 때문에 다른 일이라고 할 수는 없죠. 오케스트라에 수 많은 악기 담당이 한 곡을 연주하는데 각기 다른 악보를 보지는 안잖아요. 그래서 영화 이외에 다른 일에 대한 생각을 접었어요. 나중에는 또 모르지만요.
▲신체 부위 중 고치고 싶은 곳은 없나요?(28세 여성, 성형외과 간호사)
정-생긴 대로 사는 게 좋아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스러움이에요. 영화 ‘유령’ 때 총으로 코를 한대 맞았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휘고 있어요. 그때 부러졌으면 수술했을 텐데… 교정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으니 안 하려고요.
▲정우성씨가 대머리라서 가발을 쓰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데, 혹시 머리카락 쪽을 리모델링 하지 않았는지요.(31세 남성, 건설회사 직원)
정-가발 아닌데요(웃음). 나이 먹으면서 이마 라인이 넓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짜 머리는 아니에요.
▲수염이 참 잘 어울리는데 평상시 어떻게 관리를 하시나요? 유행에 상관 없이 길렀던 것 같은데.
정-그냥 내버려 둬요. 저 원래 수염이 턱 중앙 부분과 콧수염 밖에 안나요. 덥수룩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냥 둬요. 그리고 수염이 정우성 때문에 유행된 것 아니었나요? 인정해줄 건 상대방이 얘기하기 전에 인정해주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웃음).
▲버라이어티에도 출연하고 사생활도 공개하면서 망가지는 모습도 보고싶은데 앞으로 출연할 생각은 없나요?(27세 여성, 홈쇼핑 홍보)
정-(홈쇼핑) 모델이면 더 좋았을 텐데(웃음). 버라이어티에서의 모습이 다 연출이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보여줄 것이 없어요. 우스개 소리도 못하고 춤을 잘 추거나 잘 웃지도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저와는 성향이 안 맞아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여자 팬들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알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결혼상대자로 생각하는 이상형은? 평범한 직장 여성이 대시하면 사귈 의향이 있나요?(34세 여성, 대기업 과장)
정-다행이네요. 제가 싱글이라는 게 다 알려졌으니(웃음). 나이를 먹으면서 이상형이 까다로워 지더군요. 그래서 갖추고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많아져요. 어릴 적에는 하나에 꽂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을 수록 (이성과의 만남이) 어려워 지는 것 같아요. 적령기를 넘긴 사람들이 결혼하기 힘든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그리고 자기의 일을 가지고 목적과 꿈을 이뤄나가는 여성은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일하는 여성을 만나고 싶어요.
▲왜 드라마에는 출연하지 않나요?(32세 여성, 웹 디자이너)
정-그동안 영화 하기도 바빴어요. 또 어떻게 보면 영화 배우니까 영화를 우선시해서 고르는 버릇도 있고요. 그렇다고 드라마의 정서를 무시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음...문자가 왔네. 아이러브 유, 27세 편안한 대화… '옷 갈아입다 조금 찍었어요', '여친 몰래 한번 찍었어요' 이런 문자 많이 와요. 하하하.
▲어린시절 힘들었다고 하던데 스타 배우로서 많은 돈을 벌었을 것 같아요. 재산은 얼마나 모았나요?(31세 남성, 펀드매니저)
정-씀씀이, 지출에 인색하지는 않아요. 돈을 모을 만큼 모았고, 살면서 불편하지 않아요.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직업이니까, 프로니까 돈을 벌긴 하지만요. 영화나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 물에 대한 가치에 의해서 이익이 파생되는 거라서 클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고 모르는 거에요. 더 좋은 결과 물을 내기위해서 신경을 쓰는데, 그것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죠. 그래서 배우를 비롯해 예술인들은 다른 직업과 다르게 돈을 우선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 영화 홍보활동 이외에 무엇을 하면서 지내나요?(35세 여성, 포탈 사이트 기획)
정-시나리오 쓰고, 콘티 작업하고, 뭐도 좀 배우고 있어요. 배우로서 도움이 될만한 것이죠. 아니, 감독으로서도 도움이 될만한 일이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밝힐 수는 없어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배우고 있다고 만 할래요. 일정을 생각해 보니 요즘엔 일주일이 바쁘네요.
▲50대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32세 여성,웨딩플래너)
정-50대가 되서 멜로 영화 찍으면 재미있겠네. 한국도 문화의 주도 층의 연령대가 올라가고 있어서 제가 5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멜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연령이 올라갈 수록 문화산업 자체가 심도 있고 주제를 다룰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니까 좋은 현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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