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원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아프간 피랍 사태'가 어느덧 1년을 맞는다.

당시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보다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프간 피랍 사태는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살해된 채 42일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생존자들이나 유가족들 모두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프간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프간 피랍 사태 발생 1년을 맞아 피랍 당시 상황과 생존자들의 근황, 피랍 사태 이후 샘물교회의 해외 선교 활동 현황 등에 대해 알아본다.

▲아프간 42일간의 납치

2007년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카라바그의 카불-칸다하르간 고속도로상에서 한국인 23명이 탄 버스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이들 23명은 샘물교회 소속 신도들로 20명은 단기 선교활동을 위해 13일 한국을 떠난 아프간에 입국했으며 나머지 3명은 수년간 아프간에 머물러온 선교사들이었다.

탈레반측은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을 통해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아프간 정부에 수감돼 있는 탈레반 죄수 23명과 납치한 선교단원 23명과의 교환도 요구했다.

탈레반측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으며 납치 7일째인 25일 선교단을 이끌었던 배형규 목사를 살해했다.

이어 31일에는 심성민씨가 살해됐다.

한국정부는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인질 석방의 대가로 한국군의 연내 철수, 아프간 체류 민간인의 8월 내 철수, 기독교 선교단의 아프간 입국 불허 등을 구두로 약속했으며 탈레반은 탈레반 죄수석방 요구를 접고 한국인 인질들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살해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를 제외한 나머지 21명은 납치 42일만인 8월30일 모두 풀려나며 아프간 피랍 사태는 일단락됐다.

▲다시 돌아온 일상, 하지만...

생존자 21명은 국내로 돌아온 이후 병원과 요양시설 등에서 함께 생활하며 피랍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치료했다.

생존자들은 한달여간의 요양 후 하나 둘, 직장과 학교 등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들은 국민들의 관심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듯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지만 일상에 복귀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생존자들은 퇴원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조심스런 생활을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선교나 봉사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피랍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던 유경식씨(56)는 올해 초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샘물교회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씨는 최근 정기간행물에 '아프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아픔'이라는 제목으로 피랍 경위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기고했다.

피랍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던 이영경씨(23.여)는 피랍의 충격으로 1년간 휴학 상태에 있다 9월 복학을 위해 준비 중이다.

피랍 중 처음으로 미국 CBS 방송을 통해 현지 상황을 전했던 임현주씨(33.여)는 함께 납치됐던 송병우씨(34)와 지난 1월 샘물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귀국 후 안양 샘병원에서 2주 가량 요양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나씨(33.여)도 아프간에 가기 전부터 샘물교회에서 교제해 왔던 남성과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어린 자식과 남편을 남기고 아프간으로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던 김윤영씨(36.여)는 "그 동안 해오던 피자 가게를 처분했으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휴학 후 아프간에 갔던 고세훈씨(28)는 복학해 현재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학교와 교회 외에는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있으며 선교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존자들 대부분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격과 슬픔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 목사의 딸 지혜양(10)은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심성민씨의 가족 역시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 심진표씨(63)는 "아들이 죽은지 1년이 돼 가니 여기저기서 위로를 하는데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올라 괴롭다"며 "활발한 성격이었던 아내가 아들이 죽은 이후 외부활동을 일체 중단했다"고 울먹였다.

▲샘물교회 해외 선교는?

샘물교회는 아프간 피랍 사태로 인해 올해 해외 단기 선교를 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선교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은조 목사는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우리가 너무 많은 분들, 특히 비그리스도인인 국민을 너무 근심케 했기 때문에 올해는 국민을 생각해서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피랍 1주년을 맞아 비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기독교와 선교 활동에 대한 역풍이 불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샘물교회측의 말과 달리 공격적인 해외 선교활동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샘물교회는 올해 초 '여행 자제 국가'인 네팔에 선교단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네팔 선교 활동 참가자가 샘물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MK(선교사의 자녀·Missionary Kids)를 위해 MK 캠프를 기획했다"며 "세상을 변화시킬 표적을 주신 하나님께서 네팔의 MK들을 통해 네팔을, 한국을, 세상을 변화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정부는 카트만두 등 주요 도시에서 마오이스트(Maoist) 청년조직에 의한 폭행, 약탈 등이 간헐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 지난해 1월 네팔 남부지역에서 27명이 사망한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래 관공서 약탈 납치 등 혼란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네팔을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 자제 국가'로 지정했다.

샘물교회 권혁수 장로는 "네팔에 장기선교사들이 모여 활동하는데 거기에 자녀를 돌보는 사람이 필요해 나간 것"이라며 "선교활동으로 나간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샘물교회는 여전히 무슬림 국가에 선교사를 파견해 놓은 상태다.

아프간 피랍 사태 이후 비기독교인들의 비난에 시달렸던 샘물교회측은 선교사 파견 국가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있지만 다수의 선교사들이 여전히 무슬림 국가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샘물교회는 홈페이지에 파송선교사들이 글을 올리면서 국가명과 도시명을 영어 이니셜로 바꾸는 등 선교국가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동아시아의 무슬림 국가에서 펼치는 선교활동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어 샘물교회측이 여전히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샘물교회측은 그동안 '비전2010'을 통해 해외 선교 집중화 지역으로 북한중국, 실크로드를 들어왔다.

실크로드는 무슬림을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인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슬림 국가에 대한 선교는 샘물교회측의 선교 비전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샘물교회의 한 신도는 "선교사 몇분이 동아시아 무슬림 종족 마을에서 여전히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회 내부에서도 무슬림국가에 대한 선교에 대해 당분간 자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