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41)의 또 다른 직함은 명동성당 가톨릭 합창단 단장이다. 대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외교안보 브레인이었던 그는 공직자로서의 클라이맥스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성악가로서는 오는 30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 절정을 맞는다. 각양각색의 합창단 중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 합창단의 창단 70주년 기념 및 50회 정기연주회에서 '노래인생'을 결산한다. 주제곡은 베토벤의 '장엄미사(Missa Solemnis)'.
단원 80여명 중 절반이 음악 전공자인 합창단에서 정치학 박사인 김 비서관은 2001년부터 테너로 활약 중이다. 2005년부터는 단원들이 투표로 뽑는 단장(1년 임기)을 내리 맡고 있다.
그는 대입 때 성악과와 정외과를 놓고 고민하다 후자(後者)를 택했으나, 성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대학생활 내내 여의도성당 합창단에서 솔로로 뛰었고, 미국 코넬대(석사)와 시카고대(박사)를 다닐 때도 미국인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 부르고 노래를 가르쳤다.
그동안 '얼리 버드(early bird)'증후군에 시달려온 청와대에서 그는 주 3일 연습시간을 못 채우기 일쑤였다. "동료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한밤중 따로 연습실을 찾았지요. 차를 몰 때면 합창단의 연습곡을 담은 CD를 틀어놓고 흥얼거렸습니다." 합창단의 상임 지휘자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는 "김 비서관의 음이 맑고 깨끗하다"고 했다.
노래를 부를 때 김 비서관이 유독 '눈치'보는 사람은 부인인 조주연씨로 연세대 음대 강사다. 합창단의 전속 오케스트라인 돔 앙상블의 제1 첼로연주자인 조씨는 왕왕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김 비서관을 분발시킨다.
김 비서관은 이번 연주회가 끝나면 다음달 단장 선출 땐 "고사하겠다"면서 "그래도 합창단엔 계속 남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