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햄버거 공 쳐봤어요".

미국 프로야구에서 유일한 한국인 지도자로 활약 중인 성민규 코치(26.시카고 컵스 산하 싱글A 피오리아)가 이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크 햄버거(21)와 상대해본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성 코치가 전해온 얘기는 다음과 같다.

피오리아의 1루 코치로 올 시즌 내내 재직해온 성 코치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클린턴 럼버킹스(텍사스 산하 싱글A)와의 경기 후반 대타로 출장했다. 선수 자원이 부족한 싱글A 형편상 라인 샌드버그 감독의 지시를 받고 딜런 존슨을 대신해 7번 지명타자로 교체 출장했다. 올 시즌 3번째 경기 출장이었다.

클린턴은 피오리아와 같은 미드웨스트리그 소속팀. 그런데 피오리아가 4-5로 뒤진 9회말 상대 마무리 투수가 등판했는데, 그 투수의 이름이 다름 아닌 햄버거가 아닌가. 에디 과르다도의 맞상대로 미네소타에서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바로 그 선수였다. 마침 9회말 성 코치는 타석에 들어서서 햄버거를 직접 상대해볼 수 있었다.

성 코치에 따르면 햄버거의 구위는 매우 좋은 편. "95∼96마일을 줄기차게 던진다. 다만 구질이 단조롭고,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전했다.

갑자기 경기에 나선 탓에 성 코치는 안타를 치지 못했고, 피오리아는 결국 1점차로 패했다. 햄버거는 그 경기에서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이적 후 2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루키리그 '올해의 마무리'로 선정될 만한 기량이었다.

햄버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 트라이아웃에서 뽑혀 직업 야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된 케이스. 2006년 겨울 메트로돔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미네소타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은 뒤 지난해와 올해 루키리그에서 활약하다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싱글A에 올라섰다.

2008년은 성 코치가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뒤 치른 첫 시즌. 성 코치는 "매우 보람 있고, 많은 것을 배운 한 해"라고 회상했다.

"흔히 미국 야구는 선수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막야구'로 알려져 있지만 직접 관찰해본 결과 꽤 세밀한 편이다. 선수의 폼 같은 부분을 문제삼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른 타격 등 야구의 기본기에 큰 비중을 두고 훈련한다. 선수들의 개성을 살리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유도한다. 이 점이 동양 야구와 다른 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유일한 한국인 코치를 바라보는 컵스 구단의 기대는 꽤 큰 편이다. 피오리아의 에이스 이대은(19)이 지난 7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애리조나 메사의 스프링컴플렉스에서 재활을 시작할 때도 구단은 성 코치를 피오리아에 붙잡아둘 정도였다.

피오리아의 정규시즌이 지난 2일로 막을 내림에 따라 성 코치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9월 중순에 시작하는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타격 코치로 내정돼 다시 짐을 꾸려야 한다. 11월말에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스쿨' 참가가 예정돼 있다. 지도자들의 안목을 넓혀주기 위해 사무국 차원에서 실시하는 스카우팅 스쿨은 그가 본격적인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대구 상원고를 졸업하고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의 자택 인근에 위치한 네브라스카대학을 나온 성 코치는 지도자로 미국 야구계에 뿌리를 내릴 계획이다.

"처음에는 구단 프런트를 생각해봤는데, 1년간 현장에서 뛰다 보니 코치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선입견과 달리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느낌이 없다. 메이저리그 출신이 아니라고 괄시하는 것도 없다"는 그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미국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값진 한 해를 보낸 성 코치는 내년 시즌 애리조나 메사(루키리그) 또는 아이다호 보이시(싱글A)에서 풀타임 타격 코치로 활약할 전망이다.

workhorse@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