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한 뇌 사진을 분석해 사람의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합뉴스 10월 7일자 보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물은 맑으면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사람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그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뇌 사진을 찍어보면 머릿속 생각을 알 수 있는지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도 MRI가 개발되기 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MRI는 기존 영상 장비와는 달리 딱딱한 뼈로 둘러싸인 뇌를 마치 고화질TV와 같이 선명한 화질로 보여준다. 더욱이 촬영방법에 따라 뇌가 어떻게 활동하고 정보를 처리하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MRI 사진을 찍어 사람의 지능을 알 수 있을까? 지능을 과학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으나, 학문적 의미의 '지능'이란 경험과 학습으로 축적된 지식을 토대로 효율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지능검사는 크게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되는 능력인 '결정성 지능'과 연산과 같은 효율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인 '유동성 지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지능을 뇌의 기능적 차원에서 설명한다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컴퓨터의 기능에 비유할 수 있다.
컴퓨터의 성능을 표현할 때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CPU의 성능과 기억의 용량을 담당하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으로 나타낸다. 지능도 두 가지 요소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인간의 정보 처리능력은 컴퓨터의 CPU 속도에, 경험과 학습에 의해 축적되는 지능은 하드디스크의 용량에 비유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실험집단(청소년과 대학생 225명)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MRI로 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지능지수에 따라 뇌 구조와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결정성 지능이 뛰어날수록 뇌의 특정 부위(왼쪽 측두엽)가 두꺼워지는 경향이 있고, 유동성 지능이 높을수록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의 뇌 활동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즉, 학습과 기억을 통해 축적되는 지능은 특정 부위의 뇌 두께 차이로 설명될 수 있고, 추론능력이나 공간 지각력과 같은 정보 처리 능력은 뇌 신경망 회로의 원활한 정도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MRI 사진만으로 지능을 예측해본 결과, 기존의 지능검사지를 통한 지능 예측에 준하는 수준의 예측률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노력은 100여 년간 계속 되어왔다. 이번 연구가 "지능이 과연 우리 뇌 속에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모든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필검사나 행동학적 방법으로 일관해온 지능에 대한 연구를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향후 지능에 대한 뇌과학적 이해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지기능이나 학습능력의 이상 유무를 밝히는 데에 뇌 사진 분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