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경은 얼마전 선배 개그맨 전유성의 전화를 받았다.

'못 웃겼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 없어. 니 얼굴에 그런 모습이 나타나거든. 꾸며서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말고 그냥 니 얘기를 편하게 해. 그게 너는 더 웃기거든.'

양원경이 출연한 TV 아침 토크프로그램을 보고 걸어온 전화였다.

'올드개그 열풍의 주역' 최양락 이봉원에 이어 개그맨 양원경의 브라운관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10년 가까이 TV 밖에 떠돌며 '잊혀진 개그맨'의 설움을 겪은 양원경은 요즘 밀려드는 출연제의로 불과 3개월전과도 180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도전 1000곡'(SBS) '샴페인'(KBS2) '아침마당'(KBS1) 등 매주 서너개 프로그램에 동시출연하는데다 최근엔 아예 포맷이 새롭게 바뀐 '가족오락관'(KBS1)의 고정패널로 자리잡았다.

MBC로부터도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출연제의를 받아놓은 상태여서 유재석이나 강호동 신동엽처럼 조만간 3사 예능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사이클히터'로 등록할 듯한 기세다.

KBS개그콘테스트 대상 수상과 함께 '봉숭아학당' 등의 코너에서 인기를 누렸던 양원경은 한때 방송계를 영원히 떠날까 고심한 적이 있다.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과거의 인연이 그를 브라운관으로 불렀다.

한창 잘나가던 15년 전, KBS '청춘스케치' 진행을 맡고 있던 양원경은 방송중 한 대학생 패널의 얼굴형을 언급하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방청석은 웃음이 터졌지만 약간의 자존심이 상한 패널은 '개그맨 양원경'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다.

그 대학생이 '명랑 히어로'(MBC)의 김모 PD였고, 양원경은 올 초 '꽤 웃기는 개그맨으로 기억되는 양원경씨가 왜 활동하지 않을까'하고 연락한 이 PD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설특집에 출연한 양원경은 정말 '웃기는 개그맨'으로 보답했다. 시청자 반응은 기대 이상. 네티즌들의 호응이 쏟아지면서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환상의 짝꿍'(MBC) 등에 잇달아 불려나갔다. "돌이켜보면 잘 나가던 시절 겸손하지 못한 구석도 많았습니다. 인심을 많이 잃은 셈이지요. 동료나 후배한테도 부드러운 칭찬 보다는 가시돋힌 말을 많이 했구요. 그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밀릴 수 있다는 부족하고 짧은 생각 때문이었죠."

지금 그의 생활신조는 확 달라진 바쁜 방송활동 만큼이나 크게 바뀌었다. 양보와 겸손은 기본. 일상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TV에서도 가식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작심했다. 전유성의 전화를 받은 양원경은 "예 형님, 안 그래도 이제부턴 꾸밈없는 제 본연의 모습으로 웃길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