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62) 여사는 '빚진 게 있어서'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빌렸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무슨 빚인지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검찰이 밝혀라"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11시간 넘게 이어진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라고 시종일관 대답했다고 한다.
권 여사는 또 "왜 하필 달러로 받았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빚을 갚으려고 그런 것이고, 왜 달러인지는 말 못한다"고 버텼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권 여사는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사람으로 기록됐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가 2004년 5월 전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로 대검 중수부에서 4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검찰은 권 여사에 대해 나름대로 '예우'를 갖추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권 여사 거주지인 봉하마을(김해)에서 가까운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우리(검찰) 쪽에서 배려했다"고 밝혔다.
소환조사가 이뤄진 11일은 언론의 관심이 온통 아들 노건호(36)씨의 입국 여부에 쏠려 있었고, 대검 중수부는 10일 밤 "주말에는 특별한 소환자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선 권 여사 소환 형식 등은 노 전 대통령 측과의 교감하에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권 여사 조사에 변호인 자격으로 입회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검찰이 이런저런 배려를 해줘서 중간 중간 몇 차례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 13억원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뒤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기운이 다 빠져 탈기(脫氣) 상태까지 갔었다"면서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심한 허탈감에 빠졌다"고 전했다.
입력 2009.04.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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