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의 문학구장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인천시내 한 호텔에서 묵고 있던 LG 봉중근은 15일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 예정이었던 그는 부인 박경은씨가 오전 6시20분쯤 두 번째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코칭스태프의 허락을 받아 부랴부랴 오전에 서울 순천향병원을 찾았다.

산모와 3㎏의 딸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고 경기장소인 문학구장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2시쯤. 봉중근은 "애기를 봤는데 나를 안 닮아서 다행이다. 첫 아들 하준(3)이를 낳았을 때도 그랬지만 자식을 얻은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내가 좀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든다"며 얼굴에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쁨을 잠시 뒤로 미루고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의 초반은 좋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떤 때문인지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1회 2안타로 1점을 내줬고, 4회엔 2사 만루에서 박재상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4회까지 7안타 3사사구를 내줬던 봉중근은 그러나 5회부터 8회까지 4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는 호투로 SK 타자들을 압도했다.

6회 팀 동료인 정성훈과 최동수의 2점홈런으로 4―3으로 역전해 승리를 눈앞에 뒀던 봉중근은 9회말 마무리 투수 우규민이 2사 2루에서 SK 정근우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득녀 기념 승리'를 챙기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봉중근의 기록은 8이닝 8안타 2볼넷 8탈삼진 3실점. SK와 LG는 12회 연장 승부 끝에 4대4로 비겼다.

사직 구장에선 롯데가 9회말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1대0으로 이겼다. 롯데는 그동안 방망이 침묵으로 부산 팬들의 애를 타게 했던 가르시아가 0―0이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때렸고, 대주자로 들어간 최만호가 후속타자의 볼넷 때 포수가 볼을 뒤로 빠뜨리는 틈을 타 3루까지 진루한 뒤 강민호의 안타로 홈을 밟아 경기를 끝냈다.

KIA 선발 서재응은 7이닝 2안타 5볼넷, 롯데 선발 장원준은 8이닝 5안타 3볼넷을 기록하면서 무실점 호투 대결을 펼쳤으나 승리투수의 영광은 9회 단 한 타자만 상대한 롯데 마무리 투수 애킨스가 차지했다. 잠실(두산-히어로즈)과 대구(삼성―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