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훤히 터지고 뒤에서 바람이라도 불면 쉽게 맨살이 노출되는 미국 병원의 환자복이 개선되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에서 일고 있다.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에서 환자복을 입은 잭 니콜슨이 엉덩이를 드러내는 장면에서 보듯 미국의 환자복은 철저히 치료의 편의성에 맞춰져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지난 90년 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환자복을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환자복은 1800년대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잠옷에서 출발했으며 현재 스타일로 디자인이 바뀐 것은 1920년대로 알려졌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블랜턴 갓프리 직물학과장은 “현재의 환자 가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옷을 만들고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고 비아냥댔다. 환자복은 한 벌당 2~3달러에 불과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7600만 달러에 달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직물학과 팀은 지난 2년반 동안 프린스턴의 로버트 우드 존슨(RWJ) 재단으로부터 25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받아 보다 세련된 환자복을 고안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하는 트레시 라마 교수는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1000명의 청중 앞에서 자신의 옷위에 환자복을 입어보는 시범을 보인 후 “환자들이 알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는 옷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좀더 환자들을 존중하는 가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환자복을 만드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켄색대학 메디컬센터는 디자이너를 고용, 청진기 그림이 그려진 꽃무늬의 가운을 만들기도 했다. 값은 기존 가운의 두 배가 들었지만 병원측은 만족해 했다. 포틀랜드의 메인 메디컬센터는 무슬림 환자들을 위해 ‘사롱’이라는 긴 가운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병원에서는 구형 환자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100개의 병원이 가맹된 비영리기관 프리미너사의 마이클 조글리스 부사장은 전통적인 가운이 부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값도 쌀뿐더러 비상시에 병원에서 활용하기 아주 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병원에서 해결해야 할 더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라마 교수 팀은 빅토리아 시크리트에서 일했던 박사 출신의 연구원과 직물 디자인을 전공한 교수 등을 모아 해결책을 강구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가령 아이팟과 셀폰을 넣기 위한 주머니가 있는 가운과 소매선이 비스듬한 가운, 헐렁하고 스타일리시한 가운, 젖먹이한테 쓰는 턱받이가 있는 가운, 일본의 기모노 스타일 등 최근 자체적으로 패션쇼도 개최했다.

가프리 학과장은 실용적인 디자인이 개발되기를 희망하면서 “우리는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 시장의 호응을 얻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창현특파원 rob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