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윤하(21·고윤하)가 3집을 내고 컴백했다.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하고 2007년 한국에서도 1집을 낸 그녀는 대선배 이선희가 인정하는 실력파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카페 '일리'에서 윤하를 만났다. 그녀는 "지금 막 중간고사를 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윤하는 한국외국어대 일어과 3학년이다. 그녀는 화면으로 볼 때보다 눈이 무척 컸고 손톱은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등 색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스물한 살 그녀와의 무지갯빛 인터뷰를 알파벳 영어단어를 키워드로 재구성해보았다.
Album 윤하는 지난 4월 중순 3집 'Part.A: Peace Love & Ice cream'을 냈다. 타이틀곡은 '1, 2, 3'.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지금까지는 제가 고집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찾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듣는 사람을 위한 앨범을 만들자는 취지로 작업했어요." 윤하의 1집은 10만장 이상, 2집은 5만장 이상 팔렸고, 3집도 열흘 만에 1만장이 넘게 판매됐다. 이번 곡들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심경의 변화가 가장 컸고, 2집까지 부담이 많았어요. 싱어송라이터라 불러주는 데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죠."
Birthday 4월 29일은 윤하의 생일이다. 필자는 준비해간 책 한 권을 생일선물로 주었고, 그녀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책을 꼭 껴안았다. 윤하는 "생일날에도 스케줄이 있어요. 소속사에서 '깜짝 파티'를 열어주면 좋겠어요"라며 매니저의 얼굴을 살짝 쳐다봤다.
Campus Life 그녀는 이날 중국어 시험을 보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이다. "이동하면서 노트북을 이용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리포트 아이디어를 적어두고 집에 가서 정리하는 편이죠. 단어 암기도 하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어려워요."
Dream 윤하는 어릴 적부터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수련회에서 보아 언니 춤을 따라 추기도 했죠. 보아 언니와 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요. 동경해서 많이 따라했죠.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오디션 보러 다녔어요. 엄마한테 거짓말도 많이 했죠. 대학 가서 하라면서 안 보내주셨어요. 환경미화 한다고 거짓말하고 나가서 늦게 들어오곤 했죠. 성적 떨어지면 안되니까 그때 공부를 제일 열심히 했어요."
England "영국에 가서 음악공부를 하고 싶어요. 영국은 비틀스의 고향이니까요. 워낙 밴드가 활성화된 곳이기도 하죠. 유학이 늦어지면 한 달 정도 공연을 본다든지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Food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은 소고기 요리다. "소꼬리찜을 좋아하는데 비싸서 자주 못 먹죠. 요리요? 잘 못해요. 청소를 좋아해요. 설거지가 싫어서 혼자 있을 때는 안 먹어요. 일본에서는 혼자 생활해요."
Group 윤하는 가수 타블로, 유희열, 조규찬, 휘성 등과 가깝다. "휘성 오빠는 수다스럽고 언니 같아요." 또 윤하는 이선희가 인정한 후배 가수이기도 하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어요. '불후의 명곡'에서 처음 만나뵈었어요. 워낙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연락처 여쭤보기도 어려워요."
Home 윤하는 2녀 중 장녀다. "일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혼자 있는 게 편해요. 부모님을 많이 속상하게 했죠. 일본에 오래 있다가 한국에 왔을 때 적응을 못했어요. 가족과 함께 있는데도 신경이 많이 쓰였죠. 동생은 친구도 많고 카운슬러형이에요. 학교 선도부장도 했어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데 친구들 상담해주고 자기 일도 다 하는 의젓한 동생이죠. 동생이지만 저도 언니처럼 대하는 면이 있어요. 부모님은 보수적이시지만, 자유롭게 풀어주는 듯하면서도 섭섭하게 느낄 때 당겨오는 스타일이에요."
Internet "인터넷과 MP3가 급보편화되어서인지 대중의 취향도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한국에서 자기가 추구하는 한 음악으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미리듣기'만 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이번엔 여러 장르 음악을 담았어요."
Japan 윤하는 2004년 9월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다. "당시 소속사에서 일본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어요. 보내고 나서 3개의 회사가 힘을 합쳐 시작했죠. 일본 일을 하면서 주변에 한국인이 없었어요. 일본 스태프들에 둘러싸여서 일을 했죠. 처음에는 말을 잘 몰라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일본 음식은 깔끔하고 맛있어요. 처음에는 글을 모르니까 그림 있는 음식점만 찾아다녔죠. 회가 가장 맛있어요."
Korea 한국에서는 2007년 1집 '비밀번호 486'을 내고 데뷔했다. "올해부터는 한국 활동이 더욱 많아질 것 같아요. 작년에는 약속을 못 지켰는데 올해 안으로 콘서트를 해야 할 것 같아요."
Love "제가 조금이라도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은 한 부분이라도 평생 동안 존경하며 살 수 있다면 다른 건 필요 없어요."
Movie 윤하가 일본 유학생 최소라 역으로 출연한 일본영화 '이번 일요일에'(감독 겐모치 사토키)가 지난 4월 11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한국 분들이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어요. 휘성 오빠가 시사회 때 와서 봐주셨어요. 일본에서는 반응이 괜찮아요. 인간애를 담은 영화예요."
Nature "천성적으로 노래를 좋아해요. 음악은 곧 제 생활이에요. 없으면 불편하죠. 저는 항상 라디오를 켜놓아요. 그리고 연기를 해보니 노래가 천직이구나 싶었어요. 물론 연기를 하면서 배운 건 많았어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의 캐릭터라면 국내에서도 하고 싶지만 본업에 지장을 주고 싶진 않아요."
Outsider "학창시절 아웃사이더였어요. 그래도 다행히 시험보고 들어간 방송반이어서 선생님들에게 이미지가 좋았어요. 수업을 빼먹기가 좋았죠. 방송반 일이 있어서 준비하러 간다고 한 후 방송실에서 계속 음악만 들었어요. 저는 아나운서였어요.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자고. 친구들 사이에 '윤하의 정체는 뭘까'라는 말을 들었죠. 남녀공학이었는데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여자친구 한 명뿐이었어요.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소문도 많이 돌았어요. 저희는 그런 소문을 즐겼죠."
Piano "피아노는 다섯 살 때부터 치기 시작했어요. 기타도 조금 다루지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요."
Queen "인순이 선배님처럼 오래 노래하는 가요계의 퀸이 되고 싶어요. 이소라 선배님처럼 자기만의 언어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선희 선배님은 정말 대단해요."
Religion "천주교 신자인데 유아세례를 받았어요. 세례명은 카탈리나예요."
School "학교에서 승마 수업도 듣고 있어요. 이모부가 경마장에서 다친 말을 싸게 구입하셨는데 그 말을 타고 있어요."
Travel "지난 2월 친한 동기들이랑 펜션 잡아서 2박3일 정도 놀러가려고 했었는데 날짜 조정하다가 결국은 못 갔어요. 대신 아침 일찍 제가 직접 운전해서 친구들이랑 근교로 놀러갔죠. 그때 기억이 많이 나요. 날짜 길게 잡아서 놀러가고 싶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인데 일 시작하면서는 못 갔어요. 소개팅도 해보고 싶어요."
Universe "저만의 세계를 고집하고 반항심이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예전에는 스태프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어요. 상황이 이해가 안 되면 그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갔어요. 이해를 제대로 시켜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고치는 게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고쳐가는 과정이에요."
Voice "발성법에 대해서는 휘성 오빠가 도움을 많이 줘요. 어제도 1시간 정도 전화로 발성법 이야기를 나눴어요. 발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World "자선공연으로 거둔 기부금을 합쳐서 캄보디아로 보냈어요.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에서만 활동했는데 무대를 세계로 확장하고 싶어요."
X-file "한쪽 귀가 잘 안 들려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크게 들어서 그렇죠. 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군인이었는데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어요. 도덕책에 간첩선을 잡은 공군 조종사로 나왔다고 해요. 지금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계세요."
Young "록은 젊음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일본에서 록과 밴드음악에 빠졌어요. 그냥 시끄러운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록이야말로 사람의 청춘을 노래하는 노래라고 느끼게 됐죠."
Z(The end) "얼마 전에 좋은 글을 읽었어요. '음악은 음을 즐긴다는 뜻'이라는 거였어요. '왜 음악을 가지고 분석만 하고 즐기지 못하냐,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음악을 그렇게 이야기하면 더 설득력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다양한 장르가 생겨 대중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고 음악의 깊이가 깊어지면 좋겠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도 매력적이라 받아들이는 음악 팬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크게 들어서 그렇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군인이었는데 교과서에 실린 적도 있어요. 도덕책에 간첩선을 잡은 공군 조종사로 나왔다고 해요. 지금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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