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트'중

한·일 합작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로 완성된 영화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좀처럼 통하지 않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일합작 영화들 가운데 관객 10만명을 넘긴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웃나라 일본과는 영화 공동제작도 활발히 이뤄졌다. 합작이라는 파트너십으로 다수의 영화들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흥행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최근 개봉한 곽재용(50) 감독의 ‘싸이보그 그녀’는 현재까지 2만명 정도가 봤다.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국내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배우 이민기(24)와 일본의 이케와키 치즈루(28)가 주연한 ‘오이시맨’은 1만명도 모으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로 8513명을 기록, 외면에 가까운 반응에 그쳤다.

한·불·일 합작영화 ‘도쿄!’ 역시 부진한 성적을 냈다. 봉준호(40) 감독이 참여하고 아오이 유(24)가 주연을 맡아 화제성은 높았지만, 관객은 4만여명에 불과했다.

하정우(31), 츠마부키 사토시(29) 주연의 ‘보트’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 유명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대중에게 어필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츠마부키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한일합작 영화들의 부진에는 이유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소통에 장애가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스토리텔링의 한계로 작용하게 된다. 서툰 영어와 보디랭귀지로 커뮤니케이션하거나, 한쪽이 다른 쪽의 언어로 맞춰주는 방식이 있다. ‘오이시맨’은 전자, ‘보트’는 후자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우정이란 천편일률적 주제들도 대중성을 방해한다. 멜로, 액션할 것 없이 우정으로 마무리되는 심심한 이야기가 대중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이유다.

감독은 한국인인데, 배우들은 일본인인 케이스도 있다. 이 경우, 의사소통은 제작 과정에서나 문제가 될 뿐이다. 언어에 장애가 없으니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봉준호 감독의 ‘도쿄!’, 곽재용 감독의 ‘싸이보그 그녀’가 그 예다.

그러나 한국인이 출연하지 않는 이들 합작물을 국내 관객들은 일본영화로 구분한다. 한일합작이라지만, 일본영화로 포지셔닝되는 이들 영화 역시 국내에서 대박 흥행을 거두기 힘들어 보인다.

김기덕(49) 감독은 어느 쪽도 아니다. 한일합작 형식을 택하지 않고도 오다기리 조(33)와 이나영(30)을 한 영화에 등장시켰다. 오다기리는 일본어, 이나영은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은 ‘비몽’은 김 감독의 상식을 파괴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