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는 2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세계 여자 비치발리볼 대회와 관련, 지난 25일 각 언론사에 간곡한 부탁 하나를 했다. 여자 선수들이 경기복(비키니)를 입고 있는 장면을 이용한 선정적 사진을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배구협회의 이 같은 부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때문이다.

비치발리볼이라 하면 구릿빛 피부의 남녀 선수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모래사장 위로 온몸을 던지는 장면이 연상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특히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의 비키니 복장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다는 게 배구협회의 고민이다.

배구협회는 한때 대회 개최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번 행사가 29개국 61개팀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인 데다 지난해 7월에 이미 결정된 대회라 개최는 하더라도 최대한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르기로 했다.

배구협회는 이에 따라 공식행사 이외 공연 등은 모두 취소하기로 했으며, 국제배구연맹과 협의 끝에 개막식이 열리는 26일과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거행되는 29일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