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인, 고현정, 왕영은 등은 한동안 방송을 떠났다가 복귀한 연예인들이다. 이들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던 시절 ‘보고 싶은 연예인’ 설문을 실시하면, 늘 수위를 다투곤 했다. 최근에 같은 조사를 하면 가장 많이 거론 되는 게 탤런트 남주희다.

1981년 TV드라마 ‘날아라 새들아’로 데뷔한 이후, ‘우리들의 천국’, ‘야망의 세월’, ‘겨울 안개’, ‘자반고등어’ 등에서 ‘당찬’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KBS 라디오 ‘가요광장’과 CBS 라디오 ‘12시에 만납시다’를 진행할 때에도 팬들이 많았다. 이처럼 남주희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을 펼쳐왔지만, 1999년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방송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10년 동안 평범한 주부로 살면서 수도 없이 들이 닥친 ‘방송 복귀 유혹’을 거절했으니, 그녀의 ‘고집’도 알아줄만하다.

탤런트 남주희의 남편은 국내에서는 손가락에 꼽히는 CF 제작사 유레카필름프로덕션의 김규환 대표다. 마음만 먹으면 CF라도 한 번 출연할 만하건만, 그녀는 그런 낌새조차 피우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아내의 방송활동이나 언론 인터뷰를 무건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다. 언론 기피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자의 전화도 잘 받아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그 흔한 인터뷰 한 번 응하지 않은 것은 그녀만의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얼마 전, 그녀와 전화 통화를 한 적 있는데, 그때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 아이 낳고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깨달았잖아요. 아, 나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스타일이구나.... 실제로 제가 일을 즐기면서 못하고, 일을 일로 생각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니 연기 시작하면 거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거예요. 지금은 아이들이 있으니 그게 안 되죠.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못하겠더라고요.”

남주희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여섯 살짜리 딸이 있다. 첫째아이가 웬만큼 크고 다시 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할 무렵 덜컥 둘째가 생긴 것도 방송 복귀를 연기한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어쨌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다시 방송에 복귀할 가능성이 많았겠지만, 그녀는 육아가 그렇게 행복하단다.

“제가 이렇게 현모양처가 될지 몰랐다면서, 친구들이 다 놀래요. 원래 활동적인 성격이었잖아요. 저도 이럴 줄 몰랐는데, 아이 키우는 게 적성에 맞더라고요.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성향이 있구나 그런 걸 느낍니다. 아이 키우는 일이요? 힘들어요. 힘들긴 한데, 굉장히 행복해요.”

남주희와는 이전에도 몇 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방송복귀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답을 해왔는데, 이번 통화에서는 '거의 포기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2년 전만 해도, 아이들 크면 방송활동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아요. 연기를 한 지가 너무 오래 돼서 나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는 영영 못하지 않을까 봐요."

인터넷에 연예인에 관한 글이 많아진 것도 방송복귀를 힘들 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중들이 무섭고, 그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진 것이다. 10년 동안 평범한 주부로 열심히 살았으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탤런트 남주희 방송 복귀 임박’ 이런 제목의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방송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 되고 만 느낌이다.

“연예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상처를 입잖아요.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내가 저 속에 들어가서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해요. 역시 힘들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