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은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성공 비결로 전문가들은 특유의 성실성을 꼽는다. 어떤 경기든 박지성은 폭넓은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쉴 새 없이 누빈다. 중·고교 시절부터 박지성은 그랬다. 본지가 입수한 박지성의 수원공고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창시절 그의 성실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활기록부로 본 박지성

박지성은 축구 외에도 목표가 생기면 끝을 볼 때까지 매달리는 근성의 소유자였다. 그의 고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자격증 취득 상황란에 '건설재료시험기능사 2급'이 명시돼 있다. 건설재료시험기능사는 건설 공사장에서 모래나 콘크리트 등의 혼합비율을 결정하고 각종 품질 검사를 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자격증이다.

축구부 선수들이 이런 자격증을 따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박지성의 수원공고 2·3학년 담임이었던 이기홍(46) 교사는 박지성이 3학년 때 "공고를 다니니 자격증 하나는 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지성은 "네" 하고 답하더니, 축구를 하지 않는 시간을 쪼개 매일 8시간씩 한 달간 실습에 매달리더니 결국 자격증을 따내더라는 것이다. 이 교사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고교 3년을 개근한 것도 박지성의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박지성은 1학년(수업 일수 224일), 2학년(227일), 3학년(220일) 등 고교 시절 671일을 지각이나 조퇴 한 번 없이 개근했다. '예의 바르고 운동능력이 뛰어나다(1학년)', '얌전하고 예의 바르며 운동신경이 발달함(2학년)', '활발하고 사교적이며 운동에 소질이 있음(3학년)' 등 행동발달상황에선 '모범생' 박지성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축구부 활동을 뜻하는 특별활동상황에 적힌 문구를 보면 지금의 박지성을 자연스레 그릴 수 있다. '이해력이 뛰어나고 기술적 응용 능력이 천부적이다(1학년)', '체력이 우수하며 두뇌회전이 빠르다(2학년)', '안정된 플레이를 펼친다(3학년)' 등은 지금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나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이 박지성을 언급할 때 주로 하는 말이다. 박지성은 3학년 공업실습 과목에선 '수'를 받기도 했다.

박지성(가운데 점선 안)이 꿈을 키우던 안용중 시절 동기들과의 한 컷. 또래들에 비해 성장이 늦어 학창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박지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

미키 마우스의 도전

안용중학교 생활기록부에 나온 박지성의 1학년 때 키는 150.2㎝(현재 175㎝). 당시 박지성은 조그만 키 탓에 '미키 마우스'라 불렸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키는 좀처럼 자라지 않았다. 수원공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고등학교 1학년 때의 키는 165.2㎝였고, 3학년에 올라갔을 때도 키는 167.3㎝에 멈춰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코치나 지도자들은 박지성을 보면 "젖 좀 더 먹고 와라"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작은 키에 실망하는 대신 기량을 높이는 데 힘썼다. 초등학교 시절 '발등 구석구석 적어도 3000번씩 공이 닿아야 감각이 생기고 또다시 3000번을 닿아야 공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코치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박지성은 공을 몸에서 떼놓지 않았다. 고교 시절까지 박지성은 집에서도 무릎과 발등으로 공을 트래핑하며 놀았고, 머리로 공을 튕기며 집 안을 돌아다녔다.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은 "3년간 지성이를 지켜보며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게으름으로 재능을 썩히는 아이들을 많이 봐 왔기에 쉼 없이 노력하는 지성이의 존재는 특별했다"고 말했다.

"난 무조건 성공해요"

학창시절 박지성의 지정석은 여느 축구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교실 문 쪽 맨 뒷자리였다. 그래도 박지성은 수업 시간에 자는 법이 없었다.

여드름이 많아 '멍게'란 별명으로 불렸던 박지성은 말수는 적지만 전지훈련을 다녀올 때 선생님과 친구들의 기념품을 챙겨 올 정도로 정이 많은 학생이었다.

안용중 시절 감독이었던 이덕철 교사는 박지성을 이렇게 기억한다. "말이 없는 지성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어요. '나는 무조건 성공해요'란 말이었어요. '성공할 거예요'가 아니라 '무조건 성공해요'였어요." 이 교사는 "다른 아이가 그런 말을 했으면 건방지다고 꾸중했을 텐데 성실한 지성이가 그러니 믿어지더라. 워낙 한결같은 아이였다"고 했다.

박지성의 수원공고 시절 학교생활기록부(주요부분 발췌)에는 성실했던 그의 학창시절이 잘 드러나 있다. 박지성은 3년간 학교를 빠짐없이 나갔고, 3학년 때는 축구를 하 면서도 틈틈이 실기시험을 준비해 건설재료시험기능사 자격증(2급)을 취득했다. 이학 종 수원공고 축구부 감독은 특별활동 상황란에‘이해력이 뛰어나고’‘체력이 우수 하며’‘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평가를 해 놓았다. 박지성의 가장 큰 고민은 작은 키였다. 1학년(165.2㎝)에서 3학년(167.3㎝)이 될 때까지 겨우 2㎝밖에 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