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앨범 'Missing You'를 샀는데, 수록곡 중에 'Besame Mucho'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현인씨 노래를 보면 '베사메무초'가 여자 이름 같던데, 사람 이름이 맞나요? 아니면 다른 뜻인가요?
―서울 서초구 독자 남수연씨
A :'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줘요'란 뜻의 스페인어
'Besame Mucho'는 '나에게(me) 많이(Mucho) 키스해달라(동사 Besar의 명령형)'는 뜻의 스페인어입니다. '뜨겁게 키스해 달라'는 거지요. 멕시코의 여성작곡가 콘수엘로 벨라스케스(1916~2005)가 만든 노래로 1941년에 처음 발표됐습니다.
원 가사는 "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주세요. 오늘 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당신을 잃을까 봐 두려워요….생각해봐요. 내일이면 나는 이미 여기서 멀리 떠나 있을 거란 걸…"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는 1943년에 서니 스카일러가 영어 가사를 붙여 'Kiss Me Much'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미국에 알려졌습니다. 때마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야 했던 병사들과 남겨진 연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노래는 전 세계 수십개국의 언어로 번역됐습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플라시도 도밍고, 안드레아 보첼리, 조수미 등 수많은 팝스타와 성악가들이 불렀습니다.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가수 현인(1919~2002)씨 덕분이었지요. 1949년 '신라의 달밤'으로 히트를 친 현인씨가 6·25전쟁 발발 직전에 '남국의 처녀'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습니다. 가사를 보면 "베사메무초야 리라꽃같이 귀여운 아가씨 베사메무초야 그대는 외로운 산타마리아~"라고 돼 있습니다. 당연히 '라일락꽃처럼 귀여운 여성의 이름'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지요. '키스해달라'는 가사를 차마 그대로 옮길 수 없었던 작사가 '현동주'씨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현동주'는 현인씨의 본명이지요.
이 노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도 유명합니다. 후보자 시절 TV를 통해 직접 노래실력을 선보였고, 퇴임 직전 자작곡과 애창곡을 모아 만든 '충정의 길'이란 CD에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