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스티리아주의 레오벤 교도소를 방문한 사람들은 보통 입을 다물지 못한다. 투명 유리로 된 외벽, 목재와 콘크리트가 적절히 조합된 세련된 건물 설계, 비즈니스센터를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거기에 방음 시설까지 갖춰 조용하다.
발코니가 딸린 감방엔 나무 책상과 책장, 간이 화장실, 작은 부엌, 텔레비전도 갖춰져 있다. 교도소 내엔 고급 헬스장 두 곳과 농구를 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도 있다. 5성급 호텔인지, 교도소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감자들에 대한 통제도 최대한 자제한다. 수감자 205명을 감시하는 교도관은 3명에 불과하다. 가족 면회도 24시간 내내 가능하다. 수감자의 복장은 사복이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 교도소의 외벽엔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위해,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이들을 인도적으로 처우하고 존중할 것이다"라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ICCPR)'의 한 문장이 적혀 있다.
레오벤 교도소의 화려한 시설은 전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켰다. 캐나다 법대생인 로런스 그리딘(Gridin)은 자신의 블로그에 "법대생 대부분은 아마 이 교도소보다 훨씬 열악한 곳에 살 것"이라며 "시설이 너무 좋아서 재범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수감자들에겐 말 그대로 '꿈의 교도소'다. 하지만 이곳의 한 수감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시설에 놀라지 않았다며, "내가 가장 놀란 건, 내가 감옥에 들어왔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교도소는 교도소라는 얘기다.
실제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엄격한 일과에 맞춰 생활한다는 점은 일반 교도소와 다를 게 없다. 교도소 주변엔 철조망이 쳐져 있고, 감시 카메라도 작동한다. 다만 '수감 생활'의 질(質)이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을 뿐이다.
레오벤 교도소의 훌륭한 시설이 범죄 재발을 막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과학적 자료가 없다. 다만 이런 '안락한' 교도소 모델에 대해, 유럽과 미국의 반응은 매우 대조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교정(矯正)의 한 모델로 참고하려고 이곳을 둘러봤다. 그만큼 호의적이다. 이 교도소가 레오벤시의 '레오벤 사법 센터(Leoben Justice Center)'라는 건물 단지(complex) 안에 있다는 것도 주목을 받는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 서초동 법원 단지 안에 교도소가 있는 것이다. 레오벤 교도소 건물을 설계해 일약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오스트리아 건축가 요세프 호헨신(Hohensinn)도 애초 사법 센터 전체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그런 교도소 건물도 설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선 "범죄자를 위해 많은 세금을 쓰는 게 타당한가"라는 게 일반적인 정서다. 미국에서 교도소 건물을 많이 설계해 온 건축가 제프 구달(Goodale)은 "건축 의뢰인(정부)은 보통 건물이 너무 멋있어 보이면 안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국민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감옥이 '안 좋은 곳'이어야 범죄 억지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깊다.
하지만 레오벤 교도소의 철학은 열악한 시설이나 수감자의 인권 침해는 '교정'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범죄는 보통 충동적으로, 또는 발각돼 교도소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기 때문에, 교도소 시설이 좋고 나쁘고는 범죄와는 연관이 없다고 이들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