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인식 감독은 재치넘치는 입담가로 주변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재미있는 코멘트를 던지고,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좌중을 웃게 만든다. 특히 주어, 술어를 댕강 자르고 핵심 단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 때로 재미있는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후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날이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가 내일 선발이 누구냐고 묻자 태연히 "월요일이니까 오후 2시 KBO 홈페이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라고 받아쳐 버렸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김 감독밖에 없다. 최근 김 감독의 말투 때문에 빚어진 폭소 에피소드 몇 가지가 밝혀져 소개한다.

▶강동우 "저 단국대 나왔는데요."

한화 강동우는 올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은 후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펼치며 1번타자로서의 역할을 120%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강동우가 5월말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였다. 김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는 강동우를 불러 딱 한마디 "고되?"하고 물었다. 피곤하고 힘드냐는 의미. 갑작스런 질문에 강동우가 "네?"라고 못 알아듣자 김 감독은 한번더 "고되?"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온 강동우의 대답이 쓰러지는 수준이다. "전 단국대 나왔는데요." 강동우는 자신에게 고려대 출신이냐고 묻는 줄 알고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김 감독은 "아니 그 뜻이 아니고 피곤하냐고, 피곤하면 바꿔줄 테니" 이렇게 말했고, 강동우는 그제서야 "괜찮습니다"라며 웃었다고 한다.

▶두산 김태형 코치 "서드는 중학교 이후로..."

두산 김태형 코치와도 일화가 있다. 김 감독이 OB 시절 어느날 당시 포수였던 김태형 코치에게 "써도 돼?"라고 물었다. 잔부상이 있었던 만큼 오늘 마스크를 쓸 수 있느냐는 뜻. 하지만 너무도 짧은 한마디라 또 꼬이고 말았다. 김 코치는 감독의 물음에 당황하며 "저..., 제가 중학교 이후로 서드(third: 3루수를 뜻함)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것. 결국 김 감독은 답답해하며 "아니, 포수 마스크 쓸 수 있겠냐고"라며 완벽한 문장으로 다시 물어봐야 했다.

▶최일언 코치 부르자 덕아웃 일동기립

현재 SK 투수코치인 최일언 코치와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역시 김 감독이 OB를 맡고 있던 시절. 어느날 경기가 잘 안 풀리자 투수를 교체하기 위해 덕아웃에서 불펜의 최일언 코치를 크게 불렀다. "일언아~"라고 크게 외쳤는데 김 감독 특유의 고저장단 없는 밋밋한 억양 때문에 선수들의 귀에는 마치 "일어나" 하는 소리로 들렸다. 김 감독이 재차 "일언아~"라고 부르자 덕아웃의 선수들은 하나 둘씩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김 감독의 말투에 얽힌 사연은 이 밖에도 많다. 팀관계자들은 "성적이 안 좋아지면서 감독님께서 요즘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신다. 성적이 좋아져야 촌철살인의 코멘트가 돌아올 것"이라며 승리를 기원하는 특별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