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드레스덴 엘버계곡' 세계유산 '퇴출'

스페인 세비야에서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26일 있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대한 검토에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을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키로 결정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 등 현지 한국대표단에 따르면 엘베계곡은 2004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5년여만에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되는 '제1호 퇴출유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2006년 엘베강의 현대적 다리 건설 등을 이유로 위험유산에 올랐고, 지난 4년간 보존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었으나 다리 건설이 강행되자 위험에 처한 유산 중에서 삭제대상으로 분류됐다. 독일 정부는 2009년 4월 다리 건설이 환경 보호를 저해하지 않음을 드레스덴 행정법원이 결정한 바 있고(현재 항소심 진행 중), 자국의 세계유산 보호를 위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있는 점과 추가적인 대안 마련의 시간이 필요한 점을 들어 세계유산 목록에서의 삭제를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미 지난 4년간 독일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고려를 했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엘베 강변을 따라 조성된 19세기 낭만주의 건축의 경관에 있었기 때문에 다리 건설로 인해 유산의 보편적 가치가 완전히 바뀌는 점을 근거로 세계유산 삭제를 결정했다.

삭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계유산위원회는 독일 정부에 조금 더 해결할 시간을 주자는 의견과 세계유산협약의 본래 취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장시간의 논의 끝에도 위원국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비밀투표를 통해 삭제가 최종 결정되었으며, 독일 정부가 드레스덴의 변화된 가치를 담아 새롭게 세계유산으로 재등재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이는 1972년 세계유산보호협약의 탄생 이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던 유산이 위험유산목록 등재에 이어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되는 최초의 사례로서 향후 세계유산협약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18~19세기의 경관적 요소들을 보존하고 있는 유산으로 엘베 강변을 따라 약 18km에 달하는데, 유산 지역 내에는 필니츠 궁을 비롯해 16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드레스덴시의 다양한 유산들이 자리잡고 있다. 18-19세기의 낭만주의적 경관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자료제공=문화재청, 세비야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