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오전 5시20분과 5시32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동물원에서 새끼 호랑이 2마리가 차례로 태어났다. 4년 만의 호랑이 출생이자, 한 달간 이어진 '베이비 붐'의 마지막을 장식한 '연호'·'한호' 형제였다. 에버랜드동물원에서는 5월 한 달간 10종(種) 23마리의 새끼 동물들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 1976년 '자연농원'으로 개장한 이후 한 달 동안 태어난 동물로는 최다 숫자다.

동물원 내 '야생동물 아기방(이하 아기방)'에는 새끼 동물 중에서도 어미가 돌보지 않거나 사육사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동물 혹은 개별 전시가 필요한 동물이 모여 있다. 새끼 동물들의 외모와 재롱에 지나가던 직원들의 발길이 멈추고 여성 관람객들은 자지러지고 아이들은 또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워하는 곳, 아기방의 하루를 새끼 동물들의 '왕(王)엄마' 김한나(여·25) 사육사와 함께 들여다 봤다.

"잘 잤니? 배 많이 고프지? 엄마가 우유 줄게…."

지난 6월 27일 오전 8시 아기방 내 인공포육실에 들어선 김한나 사육사가 새끼 캥거루 '루뎅(14개월)'과 5월생 새끼 사자 코난·코니·코리·델리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인공포육실은 전시장 뒤편 약 10㎡ 크기의 방이다. 방의 3분의 1이 높이 80㎝의 칸막이로 구분돼 있고, 그 공간을 다시 반으로 나눠 '루뎅'과 새끼 사자들이 이웃한 채 머물고 있다. 칸막이 앞에는 5월 9일생 새끼 사막여우 '하니'와 전시를 위해 들인 사막여우 '스나(12개월)', 호랑이 형제 '연호'·'한호'가 각각 차지한 케이지(cage) 3개가 나란히 놓였다. 이들은 낮에 전시장에 나가 재롱을 떨고, 밤에는 이곳에서 잠을 잔다. 이웃 인공포육실엔 새끼 불곰인 '곰길이(6개월)'와 70~80일 된 새끼 사자 3마리, 일본원숭이(9개월) 등이 산다.

토요일인 지난 27일 오후 새끼 맹수들의‘왕엄마’김한나 사육사가‘야생동물 아기방’전시장 안에서 새끼 사자, 새끼 호랑이들에 둘러싸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똥싸개 '루뎅'의 배설물과 아기 사자들이 소변으로 적신 이불을 거둔 김한나 사육사는 곧바로 동물용 분유와 사람이 먹는 아기용 분말 소화(영양)제를 물에 섞어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 사육사가 '연호'를 무릎 위에 앉힌 뒤 젖병을 물리자, '연호'가 앞다리를 자전거 페달 밟듯 연방 휘저으며 젖병 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어미 젖을 빨 때 모유가 잘 나오라고 눌러주는 동작이에요. 어미 젖은 아니지만 야생의 본성이 남아 있는 거죠."

경력 5년차인 김 사육사는 사육사가 되기 위해 동물자원학과에 진학했다. 아르바이트로 에버랜드 아기방에서 일하다 공채를 거쳐 입사했다. 아기방의 '왕(王)엄마'인 셈. 아기방을 보살피면서 아르바이트생 6명과 함께 아기방이 속한 '애니멀 원더 월드'를 관리하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1차 인공포육을 마친 오전 9시 새끼 동물들의 '출근'시간이다. 사육사들이 전시장에 새끼 동물들을 풀어 놓았다. 5월에 태어난 새끼 사자 4마리와 호랑이 2마리 그리고 사막여우 '스나'는 맨 오른쪽 전시장에서 뛰어 논다. 새끼 맹수들이 서로 뒤엉켜 놀기 시작하자 관람객들이 "어머 웬일이니, 너무 귀엽다!"며 탄성을 질렀다. 김한나 사육사는 "싸우는 게 아니라 뒹굴면서 노는 거예요. 잠깐 뿔을 내다가 다시 놀고, 그러다 잠들고, 일어나서 또 놀고…. 새끼 맹수들도 아기들이랑 똑같죠"라고 했다.

김한나 사육사는 오전 내내 청소·소독·빨래 등 궂은 일을 아기 엄마처럼 하나씩 처리했다. 손등에 이구아나, 앵무새, 새끼 맹수 등에 긁혀서 생긴 크고 작은 흉터 10여 개가 눈에 띄었다. "동물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힘도 세지고 알통도 나오고 손등엔 상처투성이죠. 직업병이에요. 동물을 좋아만 한다고 사육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필요하죠."

오후 3시 새끼 사자의 유일한 외출 시간이다. '미지의 동물탐험' 공연이 아기방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옆면이 커튼으로 가려진 체험상자(가로 2m·세로와 높이 1.5m)에 사육사 한 명과 4종의 동물이 들어 있는데, 관람객 4명이 나와 체험상자에 난 구멍에 두 팔을 넣어 동물을 만진 뒤 나중에 무슨 동물인지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출연 동물은 새끼 사자와 스컹크, 물왕도마뱀과 뱀. 최고 인기는 역시 새끼 사자다.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이 출연 동물들과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타임'이 진행됐다. 이날 출연한 새끼 사자 '코리'뿐만 아니라 '코난'도 나와 사진 촬영에 응했다. 김한나 사육사는 새끼 사자들이 관람객을 해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사진 촬영을 도왔다.

오후 5시 4차 인공포육를 마친 김한나 사육사는 오후 7시쯤 전시장에 들어가 관람객들이 보는 가운데 새끼 맹수들의 재롱을 받았다. 10여분 후 전시장을 나온 김한나 사육사의 멱에 발톱에 긁힌 자국 10여개가 빨갛게 피어 올랐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에도 5㎜ 정도 살점이 뜯겨 피가 맺혔다.

오후 8시 새끼 동물들을 보금자리로 들여보낸 뒤 인공포육실에서 마지막 식사를 만들던 김한나 사육사가 갑자기 "엄마야! 나 몰라, 어떡해…"라며 펄쩍 뛰었다. 싱크대 근처에 나타난 벌레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제가 맹수는 안 무서워해도 벌레나 귀신영화는 엄청 무서워해요. 아직 에버랜드에 새로 생긴 롤러코스터도 못 타본 걸요."

김한나 사육사는 오전 내내 청소·소독·빨래 등 궂은 일을 아기 엄마처럼 하나씩 처리했다. 손등에 이구아나, 앵무새, 새끼 맹수 등에 긁혀서 생긴 크고 작은 흉터 10여 개가 눈에 띄었다. "동물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힘도 세지고 알통도 나오고 손등엔 상처투성이죠. 직업병이에요. 동물을 좋아만 한다고 사육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필요하죠."

오후 3시 새끼 사자의 유일한 외출 시간이다. '미지의 동물탐험' 공연이 아기방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옆면이 커튼으로 가려진 체험상자(가로 2m·세로와 높이 1.5m)에 사육사 한 명과 4종의 동물이 들어 있는데, 관람객 4명이 나와 체험상자에 난 구멍에 두 팔을 넣어 동물을 만진 뒤 나중에 무슨 동물인지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출연 동물은 새끼 사자와 스컹크, 물왕도마뱀과 뱀. 최고 인기는 역시 새끼 사자다.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이 출연 동물들과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타임'이 진행됐다. 이날 출연한 새끼 사자 '코리'뿐만 아니라 '코난'도 나와 사진 촬영에 응했다. 김한나 사육사는 새끼 사자들이 관람객을 해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사진 촬영을 도왔다.

오후 5시 4차 인공포육를 마친 김한나 사육사는 오후 7시쯤 전시장에 들어가 관람객들이 보는 가운데 새끼 맹수들의 재롱을 받았다. 10여분 후 전시장을 나온 김한나 사육사의 멱에 발톱에 긁힌 자국 10여개가 빨갛게 피어 올랐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에도 5㎜ 정도 살점이 뜯겨 피가 맺혔다.

오후 8시 새끼 동물들을 보금자리로 들여보낸 뒤 인공포육실에서 마지막 식사를 만들던 김한나 사육사가 갑자기 "엄마야! 나 몰라, 어떡해…"라며 펄쩍 뛰었다. 싱크대 근처에 나타난 벌레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제가 맹수는 안 무서워해도 벌레나 귀신영화는 엄청 무서워해요. 아직 에버랜드에 새로 생긴 롤러코스터도 못 타본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