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기만화 '디 그레이맨'이 표절 파문으로 인해 출판사로부터 퇴출당했다. 이 만화는 표절 시비 때문에 1년 가량 쉬었다가 지난해 다시 연재를 시작했으나, 연재 재개 1년 만에 표절 파문이 재개된 때문이다.

호시노 카츠라의 작품 ‘디 그레이맨’은 이노센스라는 고대 물질을 둘러싼 모험을 다룬 판타지 만화다. 단행본이 출판될 때마다 50만권 이상이 팔리는 히트작이다. 2006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신인상 부문에서 ‘데스 노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은 국내에 방영되기도 했고, 100화가 넘게 만들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코스튬 플레이(인기 만화의 캐릭터 복장을 입는 것) 행사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만화는 데뷔 당시부터 꾸준히 표절 의혹에 시달려왔다. 결국 ‘소년 점프’의 편집부는 과감히 이 인기작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디 그레이맨’을 당초 연재되던 주간지에서 1년에 3차례만 발행되는 계열 잡지로 이동시킨 것이다. 작가 호시노 카츠라는 전작 ‘존(Zone)'에서도 표절 의혹 때문에 연재를 중단한 바 있어 파문이 더욱 커졌다.

‘디 그레이맨’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부는 ‘표절이라기엔 억지스럽다’며 반발하고 있다. 표절로 의심되는 ‘뺨 때리는 장면’ 같은 경우는 어느 만화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정도는 어느 만화에나 다 있다(dustn2118)', '구도도 다르고 스토리도 다른데 어떻게 표절이냐(thflal1254)’라고 항변하고 있다. 어느 인기작에나 따라붙는 트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표절이 확실하다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이들은 컷 사용이나 화면 구도 등을 비교하며 '팬으로써 부끄럽다(bofurin)', ‘억지라기엔 너무 노골적(rjwltaldls)’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재미있는 작품인데 이렇게 퇴출되다니(spatspot)’라며 작가에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표절 장면이 작가의 스승인 오바타 타케시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감을 드러내는 한편, 인기작을 과감히 잘라낸 ‘점프’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한때 한국에는 이 만화를 다시 표절한 작품도 있었다. 지난 2006년, ‘위치헌터’라는 만화가 ‘디 그레이맨’을 비롯한 몇몇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 사태는 작가와 출판사가 사과문을 올리고, 향후 진행에서는 표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었다.

한 드라마의 원작소설이 ‘태백산맥’을 인용하다시피 표절하여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도 작가의 공식적인 사과로 마무리되었고, 해당 작가는 여전히 인기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이 같은 표절 의혹에 대해 가혹한 편이다. ‘에덴의 꽃’이라는 순정만화의 경우,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일부 장면을 표절한 것이 발각되면서 작가는 그대로 은퇴했다. 당시 ‘에덴의 꽃’은 연재 중단 및 판매 중지 조치를 당했다.

‘소년 점프’가 ‘디 그레이맨’의 퇴출을 결정한 데에는 편집부의 자존심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유력하다. 이 잡지는 ‘드래곤볼’, ‘꽃보다 남자’, ‘슬램덩크’, ‘원피스’ 등을 낳은 일본 최고의 인기 만화잡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