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앞장서긴 오랜만이다. 국립극단이 하반기 기획공연으로 《세자매》(연출 오경택)를 골랐다. 지난 60년간 국립극단 연극 리스트를 보면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였다. 최치림 예술감독은 "《세자매》는 그런 사실에 대한 반성과 여자 단원들의 요청으로 추진된 무대"라며 "좌절을 딛고 살아가야 한다는 작품의 메시지는 현대에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매기》 《바냐 아저씨》의 작가 안톤 체호프가 쓴 장막극 《세자매》는 시골로 이주하고 나서 대도시 모스크바를 그리워하는 올가·마샤·이리나 세 자매가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일상은 너무도 지루하고 "완벽하고 행복한 도시 모스크바로 돌아가야 한다"는 욕망은 점점 강해진다.
국립극단의 간판 여배우 권복순이 올가, 계미경이 마샤, 곽명화가 이리나를 연기한다. 원로배우 백성희는 1967년 국내 초연(연출 이해랑)에 이어 42년 만에 《세자매》 무대에 오른다. 백성희는 "올해 삼복더위를 극장 연습실에서 났다"며 "내 젊음을 쏟았던 명동예술극장(옛 국립극장) 무대라 더욱 설렌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연출과 무대미술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출가 오경택은 "기존 체호프 공연들이 느리고 길고 우울한 정서가 지배했다면 이번 《세자매》는 훨씬 역동적이고 살아 있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세 공간으로 분리해 안과 밖이 다 보이면서 깊이를 강조한다. 배우들도 등·퇴장 없이 노출된다. 노석채·이은희·이상직·서상원 등이 출연한다.
▶9월 4~1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수·금요일에는 오후 2시 공연도 있다.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