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배우-연기관은?
배우라서 행복해요.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저는 대역을 잘 안써요. 관객에 대한 예의니까요.
 


▶당당한 배우 하지원



화보 촬영 내내 "너무 재밌어요"를 연발한다. 폴짝 날아오를 듯한 걸음걸이가 말 안해도 신나 죽겠다는 표정이다. 아침 7시 반부터 시작된 촬영과 오후까지 이어진 인터뷰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화보 작업 사흘 전부터 촬영장에 들러 의상 선택은 물론 피팅, 동선까지 '나홀로' 완벽 리허설을 마쳤다. 이 죽일 놈의 완벽주의. 함께 작업한 이들이라면 열이면 열, 그녀에게 반하게 되는 이유다. '다모'의 이재규 감독도, '해운대' 윤제균 감독도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도 '황진이'의 장근석도 배우 하지원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저는 배우라서 행복하고, 배역으로 사는 것이 제일 재미있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후회해 본 적은 정말 단 한 번도 없어요." 1997년 데뷔 이후 13년을 배우 하지원으로 살았다. 열아홉 소녀가 서른한살 여배우로 훌쩍 자라난 그 세월 동안, 사랑도, 실연도, 인생도 모두 작품 속에서 경험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 '다모' '황진이' '가위' '색즉시공'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까지 찬란한 필모그래피가 말해주듯 공포, 멜로, 액션, 코미디 등 장르를 넘나들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단박에 사로잡은 몇 안되는 완소 여배우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결코 몸 사리는 법이 없는 독종답게 '다모'에선 검술을, '황진이'에선 무용을 '색즉시공'에선 에어로빅을 '1번가의 기적'에선 복싱을 '내사랑 내 곁에'에선 염습을 몸소 해냈다.

대역을 쓰지 않는 이유를 묻자 1초만에 되돌아오는 대답. "관객에 대한 예의니까요." 그녀의 눈이 총총 빛난다. "복서라면서 대충 흉내만 낸다고 관객들이 속아주지 않거든요. 당연히 복서의 몸을 만들어야죠." 천성적으로 도전과 모험, 배움을 즐긴다. "사실 다 좋아서 하는 일이예요. '황진이' 때는 춤이 좋아서 배웠고, 운동도 정말 좋아하니까." 액션신이 나오는 대본을 보면 나도 모르게 피가 끓는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다모' 촬영 때 스턴트가 부상하자 "제가 해볼게요"라며 손을 번쩍 들었을 정도다.

'해운대' 천만 돌파의 소감은 한마디로 '얼떨떨'이다.

"설경구 선배님도 '실미도' 1000만 때는 실감 안 나셨대요. 지나가다 할머니나 꼬마들이 인사를 건넬 때 1000만의 위력을 느끼죠." 선배 설경구와의 호흡은 역시 최고였다. "대사를 팍하고 던지면, 팍하고 되돌아오는 거예요. 공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느낌…. 짜릿했죠." 9월 말 개봉 예정인 기대작 '내 사랑 내 곁에'에선 '명민좌' 김명민과 호흡을 맞췄다. 루게릭병 남편(김명민)을 지키는 장례지도사 지수 역이다. '다모''베토벤바이러스'에서 두 배우를 모두 경험한 이재규 감독은 "불꽃 좀 튀겠는 걸"이란 예언으로 이들의 만남을 축복했다. 명장의 예언대로 촬영장은 두 명품 배우의 관록과 열정으로 연일 뜨거웠다. "김명민씨요? 저를 보고 다들 독종, 악바리라고 하는데, 저보다 독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혀를 내두른다. 몸을 씻겨주는 장면에서 가시처럼 야윈 몸을 처음 봤다. 놀라고 안쓰럽고 괜스레 미안했다. 지수로 산 3개월, 혼신의 몰입 탓이었을까. '내 사랑 내 곁에'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녀는 한동안 지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했다. "잠시 절 내버려두세요. 이대로 나를 다스려야겠어요"라는 말을 남긴 채 칩거에 들어갔다. 그 좋던 운동도, 좋다는 사람도 다 싫었다. "지수의 아픔이 가슴 깊이 꽂혀서 꼼짝할 수가 없더라고요. 책도 읽고, 혼자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죠."











② 사생활은?
전, 그 흔한 클럽 한번 안가봤어요. 쑥스럽고 부끄럽잖아요.
 

 ▶수줍은 여자 하지원

작품에 목숨 거는 배우 하지원으로 살아온 탓에 여자 하지원으로 사는 데는 한없이 서툰 그녀. "최근 들어서야 인간 하지원의 삶에 관심이 생겼어요. 나 자신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죠."

카메라 밖, 여자 하지원은 천생 범생이다. 심지어 배우로는 드물게 아침형 인간이다. 귀가시간은 밤 10시를 넘지 않고 기상시간은 아침 7시를 넘지 않는다. "커피를 정말 좋아해요. 최고급 커피머신을 구입했거든요. 방 앞에 작은 테라스가 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모닝커피 한잔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요." 하루 3시간 운동도 여간해선 거르지 않는다. "근육이 쉽게 생기는 스타일이라 주로 러닝머신 뛰고 스트레칭을 해요. 최근엔 테니스도 배우기 시작했죠." 패션을 사랑하는 여배우답게 쇼핑은 잘 안하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쑥스러워서요. 쇼핑은 주로 해외 촬영 갈 때 해요." 국내에선 그 흔한 클럽 한 번 가본 적이 없단다. 역시 쑥스럽고 부끄러워서다. 한없이 씩씩 당당할 것만 같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쑥스럽다. 부끄럽다는 말이 신선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그녀를 보고 참한 현모양처를 떠올렸다. 데뷔 초기엔 "너같은 범생 성격으론 연예인 못한다"는 악담까지 들었다. "연기력은 있지만 끼가 없다"는 독설도 들려왔다. 그런 세간의 평가를 단번에 날려버린 건 왁스의 '오빠' 덕이다. "당시 왁스 언니네 사장님이 안무는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보라고 하셨죠. 무대에 섰는데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필이 꽂혔어요. 눈빛이 확 바뀌었대요. 그 후론 어떻게 됐는지 기억 안나요." 그날의 화끈 퍼포먼스 이후 끼 논란은 종적을 감췄다.

어쩌면 오늘의 그녀를 키운 건 8할이 승부욕이다. 8년을 함께한 매니저 문용성 실장과의 푼돈 내기조차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니 말 다했다. 배우로서의 완벽주의와 철저한 자기 관리도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③ 사랑과 결혼은?
소개팅이나 억지로 만들어진 자리는 싫어요. 아직도 사랑을 잘 몰라요.
 

결혼 빼곤 다 이룬 것 같은 그녀에게 최근 화제가 된 장근석, 택연 등 연하남들의 연정을 귀띔했더니 "'내 사랑 내 곁에' 시사회에 초대해야겠다"며 하하 웃는다. "사랑은 설렘인 것 같아요. 나이나 조건은 중요하지 않죠. 소개팅이나 억지로 만들어진 자리는 싫어요. 전 운명을 믿거든요. 두 사람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고 믿어요." 사랑과 결혼에 대해 느긋하면서도 확고하다. "남자에게 관심이 많거나 필요했다면 벌써 찾아나섰겠죠. 20대 초반엔 스물일곱 살쯤 되면 사랑을 알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친한 언니가 그래요. 작품에 열정을 쏟아내느라 가슴에 진짜 사랑을 남겨놓을 자리가 없는 건 아니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한살의 여자 하지원이 요즘 하고 싶은 일 1위는 '사랑보다 여행'이다. "한살 한살 먹어가며 배우로서, 여자로서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싶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 올해 안에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요." 위험해서 안 된다는 매니저의 걱정 어린 눈빛, 애정 넘친 잔소리가 이어진다. "두고 보세요. 저, 꼭 갈 거예요. 선배님들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며 강추하시더라고요. 저를 비우고 완전히 새로워져서 돌아올 거예요." '내 사랑 내 곁에' 감이 좋다, 연타석 천만 배우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작별인사를 겸한 덕담에 "정말요? 그럼 꼭 한턱 낼게요"라며 활짝 웃는다. 배우로서, 여자로서 당찬 그녀의 행복한 인생 여행을 응원한다. Bon Voyage!

highcut.co.kr을 클릭하시면 하지원 화보와 기사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원은?
 
 ▶생년월일 : 1978년 6월 28일

 ▶신체조건 : 1m68, 45㎏

 ▶가족관계 : 1남 3녀 중 둘째. 동생 배우 전태수

 ▶학력 : 서울 화양초-행당여중-수원 영신여고-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

 ▶특기 : 검도, 골프, 승마, 재즈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