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자원 부국(富國)인 가봉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달러(약 1200만원)다. 아프리카에서는 대단한 고소득 국가다. 수도 리브르빌의 국제공항 면세점에는 400달러(약 48만원)짜리 고급 와인이 쌓여 있고, 도심의 프랑스 레스토랑들은 최고급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변의 호화 호텔들에는 프랑스의 패션모델처럼 차려입은 콜걸들이 득실댄다.
지난 3일 치러진 가봉 대선에서 41.7%의 득표율로 당선된 알리 벤 봉고(Bongo)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유복한 상속자다. 그는 지난 6월 숨진 아버지 오마르 봉고로부터 해외 은행 계좌 66개와 외제차 183대, 프랑스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급 저택 39채를 물려받았다. 이번 대선으로 그의 아버지가 42년간 움켜쥐고 있던 대통령직까지 승계했다. 8일에는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 전문도 받았다.
새 봉고 대통령을 보좌할 장관들도 행복하다. 장관들의 집에는 최신형 벽걸이 TV와 고가의 전자제품이 빠짐없이 갖춰져 있다. 차고는 고급 외제차들로 가득하다. 이들이 근무하는 정부청사는 초현대식 건물로 온통 대리석과 유리로 치장돼 있다. 장관들은 새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들을 더 부유하게 해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아버지 봉고 대통령은 대통령궁을 방문하는 측근들에게 여행 가방을 지참하도록 지시했었다. 측근들이 돌아갈 때 이 가방은 현금다발로 채워졌다고 한다.
아들 봉고 대통령은 아버지를 위한 기념관을 따로 건립할 필요가 없다. 이미 리브르빌에는 그의 이름을 딴 '오마르 봉고 승리의 대로(大路)'와 '오마르 봉고 대학' '봉고 체육관'이 세워져 있다. 의회 의사당의 명칭도 아버지의 이름을 딴 '오마르 봉고 온딤바 팰리스'다.
그런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이 복 많은 새 대통령에게도 고민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를 괴롭혔던 '폭도'들이 이번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5일부터 폭력 시위를 벌여 군의 탱크까지 동원해야 했다. 다행히 그에겐 충성스러운 군과 경찰이 있다. 또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통령궁 옆에 프랑스군 기지가 붙어 있어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