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월평균 가장 많은 '주택용 전기' 사용자 랭킹 1~3위가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전무, 이건희(李健熙) 전 삼성그룹 회장, 시민 L씨의 집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한국전력 자료로 밝힌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전무 집에서 월평균 쓴 전기는 3만4101㎾h로, 전기료만 2472만1267원이었다. 이 전 회장 집과 L씨 집 전기료는 각각 914만6145원, 503만2476원이었다.

쟁쟁한 재벌을 제치고 전기 사용량 3위를 차지한 L씨는 과연 누굴까. 최근 2년간 월평균 7208㎾h를 사용해 503만2476원의 전기료를 낸 그의 집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었다.

“지하에 영화 '배트맨'처럼 기지가 있는 것 아닌가요?” 재벌들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이 밝혀지자 네티즌들이 들끓었다. 사진은 전기 사용량 3위를 차지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벌급 시민’의 집.

그의 주소지는 대지가 843.3㎡(약 255평)으로, 그 위에 지상 2층, 지하 2층짜리 단독주택이 세워져 있었다. 건물면적만 1132.34㎡(약 343평)이다. 현장을 가보니 L씨는 이미 주소를 옮긴 전(前) 소유자였다.

집주인은 그냥 시민이 아니라 '재벌급 시민'이었다. 단지 토지와 건물주인이 바뀌었지만 전기요금 납부자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아 현재까지 전기료 납부자 이름이 L씨로 돼 있던 것이다.

이 '재벌급 시민'은 2000년 3월 이 땅을 사들였다. 현재 땅은 그의 아내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단독주택은 2001년 2월 8일에 그의 어머니 명의로 등록돼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실제 소유주와 전기요금 납부자 명의가 일치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간혹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명의가 달라도 요금을 제때에 납부한다면 어떤 불이익도 없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가구당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229㎾h였다. 이번 명단에는 1~3위 외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의 전기 사용량은 평균치의 19~149배에 이른다.

최근 한 언론은 "이 전무 집은 넓은 단독주택으로 공기정화설비 등 각종 공조(空調)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전무 집은 지상 2층, 지하 3층으로 총 면적이 1233.414㎡(약 374평)이다. 한 삼성 관계자는 "공조시스템 때문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환경업체 ㈜누리 김윤세 이사는 "공기 청정과 환기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은 생각보다 전기를 많이 먹지 않는다"면서도 "374평의 냉난방을 함께 조절하는 공조시스템이 가동될 경우에는 상당한 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전기 사용량 1위 집을 분석해보면 하루에 1137㎾h, 시간당 47㎾h를 사용한 셈이 된다. 이는 소비전력 45w인 삼파장 램프 1044개를 종일 켜 놓은 것과 같고 적용범위가 10평인 1.3㎾ 벽걸이형 에어컨 36대를 동시에 돌리는 양과 맞먹는다.

각각 10㎏들이 드럼세탁기 90대, 763L 양문형 냉장고 940대, 헤어드라이어기 39대, 63인치 PDP-TV 56대를 가동할 때의 전기량과도 비슷하다. 최근 이 전무는 집에 태양열을 모으는 집전판 설치를 끝내고 설비를 가동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