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에 색다른 감상포인트가 나타났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이자 올해초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내의 유혹'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다. 스토리라인의 포맷이 닮았다는 얘기는 제작 초기부터 여러 차례 나왔다. 두 드라마의 등장인물 캐릭터를 나란히 놓고 하나씩 선을 그으면 거의 정확하게 1대1로 매칭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작과 후속작 모두 '유혹시리즈'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주인공은 물론 주변인물의 캐릭터와 관계구도까지 흡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작과 닮은 후속작, 게다가 예측가능한 스토리라면 시청자 입장에선 마이너스 요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반응은 더 뜨겁다. |
재탕? 업그레이드? |
두 드라마 등장인물 캐릭터 정확히 1대1 매치 예측 가능한 스토리 … 시청자 반응 더 뜨거워 |
'아내의 유혹'을 떠올리며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천사의 유혹'이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천사의 유혹'이 가진 최대 강점은 1회 분량이 웬만한 일일극 10회 분량에 필적하는 스피디한 내용 전개다.
▶화룡점정 구은재(아유) VS 환골탈태 신현우(천유)
구은재(장서희)와 신현우(한상진 배수빈 2인1역) 모두 태생은 선한 인물들이다. 복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배신자'로 변한 배우자로 인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처절한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주인공 캐릭터가 복수를 위해 변신하는 과정도 닮은 꼴이다. '아내의 유혹'에선 장서희가 '눈가의 점' 하나로 1인2역을 소화했다. '천사의 유혹'에선 한상진과 배수빈이 전신성형 전후의 주인공 신현우를 각각 연기한다. 김순옥 작가는 '비누를 잘 만드는 구은재', '닥종이 인형을 잘 만드는 신현우'라는 설정도 빼놓지 않았다. 훗날 이 복선은 주인공이 본격적인 복수에 나선 이후 사업적인 성공으로 나타난다.
▶남매의 삼각관계(아유) VS 자매의 삼각관계(천유)
본격적인 복수에 나선 주인공과 운명적인 러브라인을 이루는 캐릭터다. '아내의 유혹'에서 민건우(이재황)는 어머니 민여사(정애리)와 함께 구은재의 복수를 돕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브레이크 없이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을 적절히 제어하는 역할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천사의 유혹'에서 신재희(홍수현)가 바로 그 역할이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신현우를 정성껏 보살피고,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뒤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아내의 유혹'에선 진짜 민소희와 민건우가 입양남매간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천사의 유혹'에선 주아란과 신재희가 어릴 때 헤어진 친자매다. 양쪽 모두 혈연이 얽힌 삼각관계가 깔려 있다.
▶몰상식 패밀리, 동생은 정상
'아내의 유혹'에서 정교빈(변우민)의 아버지 정하조(김동현)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전형적인 졸부다. 성공을 위해 첫사랑 민여사를 버렸고, 결국 벌을 받는다. '천사의 유혹'에서 신현우의 아버지 신우섭(한진희) 역시 돈 밖에 모르는 냉혈 기업인이다. 주아란(이소연)이 억울하게 희생된 부모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오면서 인과응보의 심판대에 놓인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 복수의 씨앗을 뿌렸고, 그 대가를 치른다. 주인공의 가족 중 비교적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명씩은 있다. '아내의 유혹'에선 정교빈(변우민)의 여동생 수빈(송희아)이 그랬고, '천사의 유혹'에선 신현우의 동생 현민이 그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