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드라마 일색의 주말극 시장에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 한 편이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조선에 연재된 박인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열혈 장사꾼'(KBS2). 단순한 주인공들의 사랑 얘기가 아니라 자동차 영업 사원들의 세계를 파고든 전문직 드라마로 기존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살아있는 감동을 전달한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기본적인 인물 설정이나 영업 현장의 리얼리티는 원작에서 가져오되 제작진은 만화와 드라마 화법이 다르다고 보고 여러가지 차별화 요소를 가져왔다. 만화와 드라마의 차이점을 비교했다.







독한 하류 vs 나약한 하류
원작속 강한 주인공, 드라마에선 측은한 캐릭터로…

화려한 조연 등장…여주인공들 사랑-패션도 눈길

▶청소년기 VS 성인기

원작 만화에서는 초반부터 주인공 하류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개밥 먹기도 서슴지 않고, 여자의 눈물마저도 아까워 받아먹는 독하면서도 강한 캐릭터. 반면 드라마 속 하류는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면서도 그저 눈물만 삼키는 스타일로 그려지고 있다.

연기자 박해진이 두 눈에 눈물 그렁그렁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가엽고 측은할 뿐 만화의 하류처럼 독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계산된 연출자의 연출이자, 배우의 연기력이다. 드라마는 하류를 통해 영업 기술은 물론 "진정한 장사꾼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성품을 판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한 인간의 성장통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해 처음에는 나약한 하류를 설정했다. 성장하는 하류를 보면서 88만원 세대의 공감과 그 주변의 응원을 한 몸에 받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초반에는 넘어지고 깨지는 약한 하류가 그려져야한다는 얘기다. 지병현 감독은 "초반의 연약함은 어느 정도 설정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점차 장사꾼의 면모를 갖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의 달인들

만화 '열혈 장사꾼'에서는 전설의 판매왕 매왕이 등장한다. 일흔이 넘은 노인임에도 불구, 월 70대 이상을 거뜬히 판매한다는 '판매왕'에서 '판'을 뺀 '매왕'. 실제 모 기업의 영업 이사를 모델로 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드라마 속에서도 매왕(이원종 분)은 등장한다. 만화와 같이 하류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매왕 뿐 아니라 재희(채정안 분), 승주(최철호 분), 만철(이성민 분) 등 다양한 영업 방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반 에피소드 때 '드림카'를 찾아오라는 미션을 들고 그들이 보여준 영업의 기술들은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묘미를 제공했다.

하류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동정심을 자극했다면 재희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재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응수를 보여준다. 반면 승주는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조용히 덮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각기 다른 영업 방식은 때론 하류를 궁지에 몰기도 하고, 하류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유쾌한 조연 열전 그리고 여주인공의 맞대결 구도

만화와 달리 드라마에는 극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맛깔 나는 조연들도 다수 포진돼 있다. 하류에게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동료 순길(조진웅 분), 가족이 없는 다해에게 가족과도 같은 사고뭉치 친구 지오(한예원 분) 등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의 균형을 맞췄다.

드라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배우들의 패션 스타일.

재희로 출연중인 채정안은 잘 알려진 패셔니스타로 제작진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해 매회 그녀의 메이크업과 영업 퀸으로서의 위풍당당한 패션 스타일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가하면 단정한 다해(조윤희 분)는 청초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채정안과의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만화에는 나오지 않는 두 여주인공들의 패션 스타일과 이들이 하류를 놓고 벌이는 사랑의 줄다리기는 드라마만의 차별화된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