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대학들의 약학대학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난달 정부가 2011학년도부터 전국의 약학대학 정원을 49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이 중 경기 지역에 할당된 정원은 100명이다. 27년 만에 규제가 풀린 만큼 주요 대학들이 저마다의 장점과 당위성을 앞세워 정원 확보를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아주대·한국외대 등 유치전 뛰어들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1일 '2011학년도 정원 배정을 위한 심사·평가 기준'을 확정 발표했으며 다음 달 11일까지 대학들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교과부 박주호 대학지원과장은 "경기도의 경우 (증원보다는) 약대 신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신청 대학들을 대상으로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집중적으로 심사·평가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서 약대 유치전에 뛰어든 대학은 아주대, 한양대, 한국외대, 가톨릭대, 동국대, 을지대, 경원대, 대진대, CHA의과학대 등 10여개 대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지역 대학들의 약대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아주대 약대 유치협의회 발족식. 왼쪽부터 이찬열 국회의원, 김진표 국회의원, 김용서 수원시장, 서문호 아주대총장, 정미경 국회의원.

수원 아주대는 지난 5일 서문호 총장이 김용서 수원시장과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수원 지역 국회의원 등 100여명을 초청, 약대유치협의회를 공식 발족했다. 아주대는 의과대학과 의료원을 통해 기초의학 연구가 활성화돼 있고 이공계열 등 인접 유관학문의 연구 성과가 탁월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약대 유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인접한 광교테크노밸리의 신약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R&D) 역량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서 총장은 "아주대는 도내 대학 중 유일하게 종합병원, 의과대학, 간호대학, 공과대학, 자연과학 대학 등이 한 캠퍼스에 조성돼 경쟁력이 높고 도와 수원시가 추진하는 첨단의료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약학대학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박철 총장이 직접 약대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용인캠퍼스에 약대 추진을 위해 학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신약개발 등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현형환 자연과학대학장을 중심으로 추진위원 10여명은 교과부 평가 기준에 맞는 약대 설립·발전계획을 세우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외대는 외국어 실력과 글로벌마인드를 갖춘 약학도를 양성해 우리나라 제약산업과 병원의 국제화와 해외마케팅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하겠다며 다른 대학과 차별화하고 있다.

한양대 ERICA(안산) 캠퍼스 역시 향남 제약 단지 및 안산-시화 지역 등 약대 유치에 필요한 주변 인프라가 풍부한 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유치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대 유치경쟁에 뛰어든 한국외대 박철 총장이 지난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아나 리폴 아라세일 총장과 MOU체결을 맺었다. 두 총장은 이날 한국외대 약대 설립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북부대학들, 정원 50명 기대

경기북부지역에서도 대진대(포천), CHA의과학대(포천), 동국대(고양)가 약대 유치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들 대학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약대 설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원되는 정원 100명 가운데 북부지역에도 1개 대학 50명 정도를 할애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 17일 고양시와 경기도의회 등과 함께 '동국대 약학대학 유치지원단'을 발족했다. 지난 7월 천문우 전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위원장으로 약대 추진위원단을 발족한 동국대는 이미 경기북부 내 국립암센터 등을 포함한 지역병원과 협약을 완료했고, 지역 보건소 및 약사회, 30여개 제약기업 등과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동국대 일산병원 의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DNA 정량 측정과 약효동등성실험을 하고 있다. 고양시와 동국대, 국회의원, 경기도의회, 고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은 최근 동국대 고양캠퍼스에 약대를 유치하기 위해 지원을 결의하는‘동국대 약학대학 유치지원단’을 발족했다.

대진대는 약대 설립을 통해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에 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좌절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천수 총장을 비롯해 교수 8명으로 '약학대학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대진대는 분당 제생병원과 자연과학대에 화학과, 생명과학과, 식품영양학과와 관련 연구소가 있어 약대 설립을 위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역에 대한 공헌도가 높은 대학에 약대를 설립해야 한다"며 함께 경쟁에 뛰어든 다른 북부지역 대학을 견제하고 있다.

CHA의과학대는 이미 의학, 의생명과학, 간호, 보건·복지, 대체의학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의과학 특성화 대학인 만큼 약대 설치는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첨단 독립 약대 건물 건립과 경기북부에 약학대학 임상 교육을 위한 종합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수한 전문약사 인력 유치와 양성을 위해 모든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도 약속하고 있다. CHA의과학대는 지난 5일에는 포천,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 등 5개 지역 약사회 대표와 약대 유치를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