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는 '개그콘서트'에 버금갔다. 신태용 성남 감독의 깜짝쇼는 허를 찔렀다.
22일 성남과 인천의 2009 K-리그 6강 플레이오프(PO)가 벌어진 성남종합운동장에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 감독은 경기전 "승부차기까지 가면 깜짝쇼를 기대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깜짝쇼는 바로 수문장 김용대와 정성룡이 나란히 뛰는 진기한 해프닝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는 신의 룰렛 게임인 11m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성남은 2주 전 수원과의 FA컵 결승전에서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해 우승컵을 헌납했다. 승부차기는 한이었다.
그래서 단판걸이인 6강 PO에 대비해 별도로 승부차기 특훈을 실시했다. 도출한 모범 답안이 김용대와 정성룡의 동시 투입이었다.
답안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성남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장 김정우를 빼고 수문장 김용대를 투입했다. 정성룡은 사전에 준비한 배번 1번이 적힌 필드 플레이어 유니폼을 입고 재투입됐다. '골키퍼 정성룡 시프트'였다.
시나리오대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축에 나선 성남의 첫 번째 키커 라돈치치가 실축하는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김용대가 유병수의 킥을 선방하면서 예상이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정작 세번째 키커로 나선 정성룡의 슛이 인천 수문장 송유걸의 손에 걸리면서 깜짝쇼는 빛이 바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대반전을 위한 서곡이었다. 대미는 김용대가 장식했다. 북치고 장구쳤다.
인천의 네 번째 키커 정 혁의 슛을 선방한 그는 성남의 다섯 번째 키커로 출격해 골망을 흔들었다. 3-2. 그리고 인천의 마지막 키커 챠디의 슛이 허공을 가르면서 동화같은 승부차기 쇼는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이었다.
신 감독은 "궁여지책이었다. 선수들은 성룡이가 필드에 나올 거라는 건 전혀 몰랐다. 성룡이와 용대도 전혀 몰랐다. 오늘 아침 먹고 성룡이가 입을 필드 유니폼을 찍었다"며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마지막 키커인 김용대가 못 넣을까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용대도 "PK 상황에서 투입될 거라는 걸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연장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코치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성룡이가 차는 건 알았는데, 내가 다섯 번째 키커인 건 정말 몰랐다. 세 번째에 성룡이가 막히고 나서 나도 심리적 부담이 너무 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성남=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