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름 무대 체질이거든요. 아나운서 때도 공개방송 사회가 가장 쉬웠어요." 잘 나가던 아나운서에서 돌연 연기자로 전업한 후,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던 임성민(40). 그녀가 현재 서울 대학로 SM스타홀에서 공연중인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01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배우로서 가장 먼저 연기했던 게 연극이에요. 극단 유에서 셰익스피어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을 했죠. 또 2003년엔 '넌센스 잼보리'로 뮤지컬에도 도전했죠. 이번 작품으로 마음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에요." |
아나운서 그만둔 뒤 배우로 고생한 생각 떠올라 … |
'여성 성기' 표현한 대사 민망하긴요~ |
무대에서 데뷔한 만큼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도 무대다. 아나운서로서 MC를 볼 때도 음악회 같은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게 가장 좋았다. 당시에도 단 한 명의 관객없이 스튜디오에 카메라만 놓고 진행할 때가 제일 떨렸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수 십명의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억눌린 여성의 성(性)을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한 작품. 특히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성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목이 자주 등장해 결혼도 안한 처녀가 연기하기엔 다소 민망한 부분이 있다.
"저는 배우 서주희씨가 1인극으로 한 작품과 여배우 3명이 연기한 작품 등 2가지 버전을 모두 봤어요. 정말 여성들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더군요. 따라서 대사에 대한 민망함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좋은 작품에 캐스팅돼 영광이었죠."
무대에선 폭발적인 에너지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그녀지만, 스크린에선 슬픔이 묻어난 모습으로 팬들을 울리고 있다.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뇌수술을 받은 후 혼수상태에 빠진 '춘자'로 열연한 것.
"연기자로서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저를 캐스팅 해준 박진표 감독에게 정말 감사해요. 더욱 기분 좋은 것은 영화 개봉 이후 출연 섭외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죠. 호호."
특히 이 작품에선 연기를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게다가 계속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일부 팬들은 춘자가 임성민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후문이다.
"삭발 전엔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막상 깎을 때는 무덤덤하더군요. 고맙게도 매니저까지 삭발에 동참해 많은 힘을 얻었어요. 그런데 깎고 나니 그동안 배우로 살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어요."
아무리 작품을 위한다고 하지만, 여자 연기자가 삭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그녀에게 삭발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나운서를 그만두며 여기저기서 말도 많았고, 실제로 그녀도 연예계 생활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것. 그녀는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라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제 그녀 나이 마흔.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노처녀 소리를 들은 지도 꽤 됐다. 하지만 '결혼'이란 단어엔 일단 손사래부터 친다. 침체기를 뚫고 이제 다시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
"물론 (결혼이) 늦었지만 지금은 일에 더 매달리고 싶어요. 하고 싶은 역할이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열심히 찾으려고요. 영화에선 강하고 임팩트 있는 역을 하고 싶고, 드라마에선 친근하고 밝은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