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농구 코트는 좁다. 코트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다투는 선수들이 알고 보면 고교, 대학 선후배나 동기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한국 프로농구를 이끌어온 최고 명문교는 어디일까. 본지가 원년인 1997년부터 올 시즌까지 KBL(한국농구연맹)에 등록됐던 국내 선수 414명의 출신교를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프로 선수를 1명 이상 배출한 고교는 37개, 대학은 17개였다. 고교 중에는 인천 송도고가 33명으로 서울의 '빅 3'인 용산고(32명) 휘문고(31명) 경복고(26명)를 제쳤고, 대학에선 중앙대가 64명으로 고려대(58명), 연세대(57명)를 앞섰다.
■고교 : 송도-용산-휘문-경복-동아고順
인천 송도고가 배출한 33명 가운데는 포워드(15명)가 가장 많았고, 가드(13명)는 용산고(15명), 부산 동아고(14명)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송도고는 '가드의 산실'이란 명성답게 원년 MVP 강동희(현 동부 감독)를 비롯해 신기성(KT) 김승현(오리온스) 등 스타들을 잇달아 배출했다. 강병수 현 고려대 코치와 서동철 삼성 코치가 송도고의 대표적인 포워드들이다.
용산고는 통산 숫자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만 따지면 12명으로 가장 많다. 허재 KCC 감독과 김병철(오리온스)이 프로 농구 초창기부터 코트를 휘저었고, 양동근(모비스)과 이광재(동부)가 차세대 스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31명으로 3위를 차지한 휘문고는 '국보급 센터' 서장훈(전자랜드)이 졸업한 학교답게 고교 중 가장 많은 센터(8명)를 배출했다. 프로농구 원년 3점슛 타이틀을 거머쥔 정인교(현 여자농구 신세계 감독)와 2006~07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3점슛 왕에 오른 방성윤(SK)이 '휘문고 3점 슈터'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4위를 차지한 경복고는 인기 면에선 최고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오빠 부대'를 이끈 우지원(모비스)과 전희철(현 SK 코치)이 경복고 동기다. 모비스의 골밑을 책임지는 함지훈과 올 시즌 어시스트 3위를 기록 중인 은희석(KT&G)도 북악산의 기운을 이어받았다.
5위를 기록한 부산 동아고는 송도고와 함께 지방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통산 최다 어시스트 1위 주희정(SK)과 김태술(KT&G·군 입대) 박지현(동부) 등 가드진과 최고 파워 포워드인 김주성(동부)이 동아고 동문이다. 이 밖에 마산고(정재근 김영만 황진원 송영진 김동욱 등)와 명지고(김유택 전형수 차재영 김동우 등)가 19명씩 배출해 공동 6위를 기록했다. 이규섭(삼성)이 나온 대경상고, 하승진(KCC) 강혁(삼성) 양희종(상무)이 졸업한 삼일상고가 1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대학 : 중앙-고려-연세 3파전
중앙대는 '질(質)과 양(量)'에서 다른 학교를 압도했다. 가드는 고려대(23명)와 연세대(21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포워드(30명)와 센터(16명)는 1위이다. 중앙대는 프로농구 두 번째 시즌인 1997~98시즌부터 2005~06시즌까지 매년 가장 많은 동문을 프로 코트에 세웠다. 농구대잔치와 프로 초반 기아자동차 시절 무적시대를 구가한 김유택 허재 강동희 김영만과 현역 최고 파워포워드 김주성으로 이뤄진 '중앙대 베스트5'가 '역대 KBL 베스트5'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함지훈 강병현(KCC) 황진원(KT&G) 송영진(KT)이 '농구 명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2위인 고려대는 중앙대에 이어 2006~0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최다 1위 팀의 자리를 지켰다. 전희철 현주엽 양희승 등이 '안암골 호랑이'의 대표주자로 활약하다 은퇴했고, 주희정 김병철 신기성은 현역에서 코트를 호령하고 있다. 차재영 김동욱(서울 삼성) 김영환(KT)이 최근 새로운 별로 떠오른 고려대 출신이다.
연세대는 올 시즌 22명의 선수가 뛰면서 현역 최다(2위 고려 20명, 3위 중앙 18명) 팀이 됐다. 정재근(은퇴) 문경은(SK) 우지원(모비스) 이상민(삼성) 서장훈 등이 주도했던 여성팬 몰이를 최근엔 방성윤(SK) 양희종(상무) 하승진(KCC) 이광재(동부) 이정석(삼성) 등이 맡고 있다. 경희대와 명지대는 공동 4위(이상 39명)에 올랐고, 한양대(34명) 동국대(28명) 건국대(21명) 성균관대(17명) 단국대(16명)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