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보고 발현시키는 데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던 전(前) 매니저 박성혜씨가 책을 펴냈다.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스타를 부탁해'. 전도연·김혜수를 톱클래스 여배우로 성장시키고 사진 찍던 지진희를 어르고 달래 배우의 길에 접어들게 한 사람으로 유명한 그는 그 외에도 황정민 임수정 공효진 염정아 조인성 성유리 등 수많은 배우들과 함께 일을 해왔다. 그의 매니저 경력의 정점은 130명의 배우와 70명의 매니저를 총괄하는 연예기획사 싸이더스 HQ 본부장을 지내던 시절. 하지만 2008년 4월 그는 "일과 사람에 지쳤다"며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뉴욕으로 떠났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매니저 인생을 정리하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한국 연예산업의 발전 과정과 이면의 진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매니저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영화·광고·신문·뉴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해요. 늘 대중의 취향을 반 보 앞서서 예측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죠. 제가 발굴한 스타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장을 뒤에서 지켜볼 때의 그 묘한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죠."
그가 이 업계를 잠시 떠날 결심을 했던 건 배우 한 명과의 이별 때문. "그간 함께했던 배우 150명 중 유일하게 저를 떠나 다른 회사로 간 친구였다"며 "자존심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간의 매니저 인생에 회의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배우 매니지먼트가 한국 영화 전성기를 겪으며 샴페인만 터뜨리다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배우들이 기획사로부터 과도한 계약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 못 하겠어요. 제가 이 업계를 떠나기로 한 또 다른 원인은 돈으로 모든 관계가 이뤄지는 이곳의 관행이 점점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매니지먼트학 개론에 대한 책도 낼 예정"이라며 "최근 변호사, 경영전문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매니지먼트산업론을 주제로 학습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는 인디음악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