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풍기 때문에?" 어이없는 정전
 

'온풍기 한대 때문에?'

e스포츠 결승전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본사 D공개홀과 가상스튜디오에서 열린 '네이트 MSL'(MBC게임 주관, SK커뮤니케이션즈 후원) 결승전서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이제동(화승)과 이영호(KT)가 3세트를 치르던 중 갑자기 스튜디오의 전원이 차단되면서 두 선수의 컴퓨터도 동시에 꺼지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이같은 사태는 역대 e스포츠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결승전을 통틀어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다. 게다가 이날 결승전은 현존 최강 프로게이머 이제동과 이영호의 맞대결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컸던 경기였다.

심판진은 긴급회의를 거쳐 정전되기 직전까지 상황을 감안해 '이제동의 우세승'을 선언했지만 이제동과 이영호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판진의 결정에 대해 KT 이지훈 감독과 이영호의 부친은 강력히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경기 속개가 40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이제동이 3대1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제동과 이영호 모두 개운치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이제동은 이날 우승으로 마재윤(CJ)이 보유하고 있던 개인리그 최다우승 기록(4회)을 뛰어넘는 통산 5회 개인리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으나 주최측의 준비 부족으로 씁쓸한 뒷맛을 안게 됐다.

대회를 주관한 MBC게임측은 방송 자막을 통해 "이영호 선수의 경기석 옆에 설치된 온풍기의 과열로 인해 전원이 차단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최측의 준비부족과 운영미숙에 대한 팬들의 분노와 비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 e스포츠 전문가들과 팬들은 '선수는 물론 심판, 옵저버의 컴퓨터가 모두 다운돼 리플레이 판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판진의 우세승 판단이 정확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제동이 유리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영호의 역전이 불가능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