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에서 새해 첫 잭팟이 터졌다. 2일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따르면 1일 오후 7시 30분쯤 캐나다 국적의 60대 남성이 서울 강남점에서 슬롯머신을 하다 '미스터리잭팟 레벨1'이 나와 1억5990만7197원에 당첨됐다. 연합뉴스 2월 2일 보도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잭팟(jackpot)'이란 말은 트러블(troub le)과 비슷한 의미였다. 범죄인들 사이에 은어로 애용됐는데 '체포(arr est)'라는 뜻이었다. 잭팟이 '큰돈' '대성공' 같은 뜻이 된 건 1940년대 중반부터였다.
11을 뜻하는 잭(jack)을 두 장 쥐지 못하거나 그 이상의 패를 가지지 못했을 때 베팅을 점점 늘려가야 하는 고전 방식의 포커에서 착안해, 늘어가는 판돈을 잭팟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큰돈'을 얻기 위해선 게임에 '결박'돼야 한다는 의미에선 잭팟의 뜻도 일관성이 있는 셈이다. 이번에 나온 '미스터리잭팟 레벨1'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슬롯머신은 베팅액수가 클수록 당첨됐을 때 받는 돈도 커진다.
미스터리잭팟은 돈을 적게 걸어도 최고의 당첨금을 주는 방식이다. 베팅액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걸 내세우고 있다. 누구나 엄청난 행운을 가질 수 있기에, 슬롯머신의 첨단 패션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세븐럭에서 나온 미스터리잭팟은 서울 강남점에 설치된 146개의 슬롯머신에 누적된 금액을 한꺼번에 당첨금으로 지급한 경우였다. 이런 과정을 모두 실시간으로 처리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슬롯머신을 그룹으로 묶어 연결하는 '프로그레시브' 방식을 쓰면 된다. 슬롯머신 하나하나를 통신으로 연결하면 특정 기계에서 잭팟이 터졌을 때 그때까지의 다른 기계에 누적된 배당금을 즉시 합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븐럭이 레벨1이라 한 것은 가장 많은 당첨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억원을 시작으로 각 기계에 적립되는 배당금을 더해가는 방식이다. 이번 잭팟 상금 1억5990만7197원은 슬롯머신 146대에 적립된 배당금 5990만 7197원과 1억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세븐럭은 "레벨1의 경우 1억원에서 시작해 상한선은 2억원으로 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경우엔 시작금액이 1억원인 수퍼메가 잭팟과 5000만원에서 시작하는 강원메가 잭팟 등이 있다.
잭팟이 터지면 기계가 작동을 멈춘다. 세븐럭 관계자는 "고장난 줄 알고 그냥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도 있다.
작년 11월 미국의 한 남성은 호텔 카지노에서 1억6600만달러(1950여억원)의 잭팟을 터뜨렸지만, 카지노측이 기계 오작동에 의한 것이므로 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한국에서는 작년 11월 비슷한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슬롯머신 오작동을 주장하며 당첨금 지급을 거부했던 카지노측이 패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기계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해도 그걸 인정할 증거도 없고 기계적 고장으로 당첨됐어도 당첨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카지노 슬롯머신에서 돈을 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세븐럭의 경우 슬롯머신의 환급률은 92%다. 100원을 걸면 92원은 건진다는 얘기인데, 왜 대부분은 잃고 돌아오는 걸까. 아이로니컬하게도 '잭팟' 때문이다. 많게는 몇백만%를 돌려받는 잭팟이 있기에 대다수 베팅의 환급률은 턱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모든 경우를 더했을 때 평균 92% 정도가 나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슬롯머신의 단순승률은 6% 정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20%에 육박하는 룰렛이나 10% 이상인 카드 게임 등에 비해선 훨씬 낮다는 것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 이윤영 감사는 "숙련 정도에 따라 승률이 달라질 수 있는 카드게임 등과 달리 슬롯머신은 있는 그대로 맡겨야 해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