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전격 매각된 '동아백화점'은 지난 38년간 대구 토종 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온 지역 유통의 자존심이었다.

'동아백화점'은 지난 1972년 9월 대구 중구 동문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대형 토목사업과 주택건설사업 등에 주력해 온 화성산업㈜이 지난 1971년 동문동 교동상가아파트 신축공사를 끝낸 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8층짜리 건물 전체를 넘겨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상가아파트 전체를 백화점으로 전환키로 결정한 뒤 의류·화장품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랜드그룹에 매각이 결정된 대구 중구 덕산동 동아쇼핑점 전경.

이후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화성산업㈜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며 유통부문의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지난 1984년 중구 덕산동에 상업시설과 갤러리 등의 문화시설을 동시에 갖춘 동아쇼핑점을, 1988년엔 지역 유통업체 최초로 서울 을지로에 쁘렝땅백화점을 각각 오픈했다. 이후 지난 1995년과 1997년에 동아백화점 수성점과 칠곡점 등을 잇따라 개점하는 등 이 기간에 대구를 중심으로 서울, 경북 포항·구미 등지에 백화점 6곳과 직영수퍼체인 28곳, 유통센터 1곳, 할인점 2곳 등을 세웠다.

그러나 IMF를 거치며 유통사업부문은 어려움에 처해졌다.

화성산업㈜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서울 쁘렝땅백화점을 매각하고 동아마트 그린코아점, 월성점, 시지점 등을 차례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었다. 이후 화성산업㈜은 최근까지 동아백화점 본점과 쇼핑점·수성점·강북점·구미점 등 백화점 5곳과 동아마트 수성점·포항점 등 할인매장 2곳 등을 운영하며 유통사업의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롯데백화점 개점에 이어 내년 상반기부터 '롯데 쇼핑플라자', '현대백화점' 등이 줄줄이 오픈하는 등 지역 유통가의 판도가 격변하자 화성산업㈜은 결국 "외지 거대자본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며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건설과 신성장동력창출 부문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측은 "동아백화점이 지역 토종 백화점으로서 지역에 공헌한 부분이 많았다"며 "매각 소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성산업㈜의 이번 매각 결정으로 지역 토종 백화점은 '대구백화점' 1곳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