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 패밀리', '용산 마피아'에 설욕? |
'경복 패밀리가 떴다, 용산 마피아를 눌렀다.'
모비스가 11일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KCC를 대파하고 세번째 통합챔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대결은 형제 기업이자 전신인 기아(모비스)와 현대(KCC) 시절부터 이어지는 경쟁 구도 못지 않게 라이벌 학교간의 묘한 대리전 양상도 내포하고 있었다.
고교 농구 명문 경복고와 용산고가 이 구도의 핵심이다. 모비스가 유재학 감독 등 경복고 인맥이 중심이라면, KCC는 대표적인 용산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황열헌 단장을 시작으로 유 감독, 주장 우지원, 그리고 정규시즌 MVP에 이어 챔프전 MVP에까지 뽑인 센터 함지훈이 줄줄이 경복고 출신이다.
KCC는 한술 더 뜬다. 구단주 정몽익 KCC 사장을 시작으로 최형길 단장, 허 재 감독, 센터 강은식 등이 용산고 동문들이다. 특히 용산고의 경우 농구판에서 선후배 사이에 밀어주고 당겨주는 일이 많아 일명 '용산 마피아'로 불리기도 한다. KCC의 경우 정몽진 회장도 용산고 출신이기에 용산중-고에 대한 지원이 파격적이다. 아마추어 선수 스카우트 비용까지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KCC와 용산고는 사실상 한 몸이라 할 수 있다.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던 허 감독을 2005년 파격적으로 감독에 앉힌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재밌는 점은 유 감독도 용산중 출신이기에 '범 용산 마피아'의 계보상에 속해있다는 사실. 게다가 용산중-고 출신인 KT 전창진 감독은 이 계파의 '진골'이다.
어쨌든 지난 두 시즌 동안 프로농구판을 호령했던 '용산 마피아'를 누른 것은 '경복 패밀리'였던 셈. 올 시즌 처음 주장을 맡아 챔프전 엔트리에서 빠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벤치에서 후배들을 격려하며 보이지 않게 우승에 기여한 우지원에다 3년차로 최고 선수 자리에 오른 함지훈이 우승을 이끌었으니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경복고 패밀리들은 축승연 자리에서 "용산의 견제를 꺾었다"는 농담을 곁들이며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비록 학연으로 맺어졌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라이벌이 있기에 경쟁을 통한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