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대강 사업의 보·준설공사가 "홍수 대비, 수질 개선, 생태계 복원 같은 다목적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오히려 수질이 악화되거나 홍수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반론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논란은 보와 준설의 상호 모순된 효과로 인해 더욱 증폭되는 측면도 있다. 준설은 깊게 팔수록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강을 가로질러 들어서는 보는 반대로 홍수 물 소통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대형으로 추진되는 보·준설공사 규모와 4대강 전체에서 한꺼번에 '속도전'으로 치러지는 현재의 공사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선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강바닥을 깊이 파고, 보를 높게 많이 세우며, 한꺼번에 공사가 이뤄져야만 하는지 등의 의문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① 준설, 왜 깊이 파나
"파낸 만큼 물그릇 커져… 수해 방지" "필요이상 확대… 생태계에 큰 충격"
정부는 대규모 준설 공사의 명분으로 '홍수 대비'를 들었다. 강바닥을 파내 홍수가 흘러 내려갈 수 있는 소통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었다.
강바닥을 대폭 파 저수로(貯水路) 용량을 확대시키면 큰 비가 오더라도 홍수위가 낮아지기 때문에 4대강의 홍수 소통 능력이 커지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을 하면 홍수시 강물 수위가 지금보다 최소 0.4m에서 3.9m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운하반대교수모임 등 반대론자들도 "과다한 준설은 하천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도록 파괴할 것"이라고 맞서면서도 준설이 홍수위를 낮춘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못한다. 반대론자인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4대강을 대대적으로 준설하는 것이 효율적인 홍수 대비책이라는 정부 주장은 옳지 않지만 강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규모 준설로 인한 부작용이 향후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강 한복판과 강 주변에서 서식하는 멸종 위기종들을 비롯한 동·식물들이 당장 위협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보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남한강 중류의 도리섬엔 단양쑥부쟁이·표범장지뱀 같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지만 정부는 표지판 설치 등 이렇다할 보호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해 환경단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수천년 지속돼온 하천 생태계가 일시에 큰 충격을 받는데도 정부의 보완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경기대 공동수 교수는 "홍수 등에 대비해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방침은 맞지만 (준설·보 건설의 결과로 나타날) 생태계 자체의 큰 변화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위험이 커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강바닥을 5억7000만㎥이나 파내는 정부의 홍수 방어 대책은 비효율적이며 과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규모 준설 계획이 급조된 것도 문제다. 4대강 사업 마스터 플랜이 발표되기 6개월 전인 2008년 12월 국무총리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착수를 선언하면서 4대강 전체의 준설 규모는 "2억2000만㎥"라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6개월 뒤엔 준설 규모가 2.5배 이상 많은 5.7억㎥로 변경된 것이다.〈그래픽 참조〉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비하려면 물그릇을 충분히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조차 준설 규모가 이만큼이나 늘어난 까닭에 대해 "왜 그런지 모르겠다"(A엔지니어링 회사 간부)는 견해가 많다.
② 보, 왜 높게 세우나
"미래 물부족 대비하려 용량 늘려" "강 흐름 막혀… 대운하 준비하나"
4대강에 설치되는 보의 수와 규모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2008년 12월 국무총리실은 '4대강 전체에 1~2m 소형 보를 4개 세운다'고 발표했지만 6개월 뒤 정부 방침은 '4~13.2m의 중·대형 16개'로 바뀌었다. 보를 세워 가두는 강물의 용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보의 수와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그렇다고 장래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확보돼야 할 수량에 대한 정부의 전망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정부는 작년 6월 마스터플랜 발표를 통해 '2011년 8억t, 2016년엔 10억t으로 예상되는 물 부족과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16개의 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물 부족 전망은 이미 정부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이었다. 요컨대 물 부족 예상량이 동일한데 확보하려는 필요 용량은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물 부족 전망 자체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반대론자들은 "2006년 수립된 정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는 2011년엔 0.11억㎥의 물이 남을 것이라고 전망돼 있다"며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10억㎥가량의 물을 확보하겠다는 현재의 계획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낙동강의 물 확보 계획은 하천유지용수를 많이 확보해 수질개선 용도 등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10억㎥의 물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조치라는 점에 대해선 뾰족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보가 '홍수 대비'에 도리어 방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강 중간을 가로질러 수백m 길이의 보가 들어서면 홍수시 하류로 빨리 내려가야 할 강물이 보에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6개 보의 대부분을 고정보와 가동보로 구성된 혼합보로 만들 계획인데, 수문을 열어 강물을 소통시킬 수 있는 가동보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서는 강물의 흐름이 보가 없을 때에 비해 막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낙동강 보의 경우, 정부가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대운하' 논란까지 다시 불러일으키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물 확보가 시급하지 않고 홍수 소통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보를 굳이 낙동강에 8개나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을 들며, "결국 4대강 사업은 대운하사업의 1단계 성격"(관동대 박창근 교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4대강 사업에는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갑문(閘門)의 설치가 계획돼 있지 않아 지금으로선 4대강 사업을 대운하사업의 전 단계로 볼 만한 객관적 증거는 전혀 없다. 그래도 반대론자들은 "4대강 사업을 끝낸 뒤 다음 정부에서 갑문 설치 등을 통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③ 왜 동시에 공사하나
"수해 최소화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정부는 2011년 말까지 4대강의 보·준설공사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핵심 공정은 이보다 더 앞당겨 완료될 전망이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작성한 '공사 일정'을 보면 16개 보의 건설은 내년 홍수기(6~9월) 이전에 모두 끝내고 홍수기가 끝나면 16개 보에 본격적으로 물을 담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보 건설 공정이 사실상 내년 여름 이전이면 모두 종료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2년까지는 영주댐을 비롯한 2개 댐 건설과 전국 96개 농업용 저수지의 증고(增高)사업이 끝나 4대강 사업은 최종적으로 종료하게 된다.
정부는 이렇듯 전국에서 한꺼번에 공사를 조기 진행하는 것과 관련, "연평균 수조원의 홍수 피해와 복구비가 발생해 피해를 줄이려면 최대한 조속히 끝내는 것이 맞다"며 "4대강 가운데 어느 강은 공사를 하고 어느 강을 제외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에 따른 부작용과 구조물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속도전으로 벌여 위험성을 키우기보다는 "4대강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시범적으로 공사를 벌여 안전성과 공사의 타당성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