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첸공화국 대통령 = 반대파 제거하는 테러리스트?'
카프카스 산맥에 위치한 러시아 체첸공화국의 대통령 람잔 카디로프(Kadyrov·33)에 관한 얘기다.
오스트리아 사법당국은 올 1월 13일 빈에서 사망한 체첸인 우마르 이스라일로프(Israilov·27)의 피살 사건을 조사하다가 범인이 체첸 정부와 연관됐음을 밝혀냈다. 카디로프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27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일로프는 한때 카디로프 대통령의 경호원이었다. 이스라일로프는 카디로프가 2005~07년 체첸 부총리로 재직할 때 반정부 무장세력과 그 가족들에게 납치와 고문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그 뒤 빈으로 망명했다. 이스라일로프는 올해 초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빈의 은신처를 나왔다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오스트리아 당국의 조사결과 이스라일로프를 살해한 범인은 카디로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 연락책인 샤 투를라예프(Turlayev)와 자주 통화했고, 범행 시 사용했던 차량 안에서 투를라예프의 여권 사본도 발견됐다. 오스트리아 당국 관계자는 "카디로프가 범행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증거들은 그가 관련됐음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카디로프 대통령이 반대파 제거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3월 1일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부터 늘 정적 제거와 관련돼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러시아와 유럽의 인권단체들로부터 테러의 배후로 낙인찍혔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체첸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조직의 테러공격으로 2004년 아버지(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 대통령)를 잃은 뒤 분리독립 운동에 대한 초강경 탄압정책을 주장해 왔다. 1500~2000명의 정예 군인으로 자신의 성(姓)을 딴 사병(私兵)조직 '카디로비치'를 이끌며 분리독립 운동세력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KGB의 후신)의 파트너인 체첸정보국 수장을 맡기도 했다. '체첸 손보기'에 골몰하던 러시아 최고실력자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대통령(현 총리)의 눈에 들었고, 체첸공화국 부총리→총리 권한대행(2006년)→대통령(2007년)으로 '도약'했다.
그는 체첸의 인권유린을 고발했던 노바아 가제타 소속 언론인 안나 폴리트콥스카야(Politkovskaya, 2006년 10월 피살), 전 체첸 특별친위대장 모블라디 바이사로프(Baisarov, 2006년 11월 암살), 전 체첸 장군 술림 야마다예프(Yamadayev, 2009년 3월 암살),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 소속 인권운동가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Estemirova, 2009년 7월 피살) 등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의 살해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 일들은 사건 발생 후 1~5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단서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카디로프에겐 암살해야 할 300명의 리스트(list)가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