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30분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시장.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한나라당 이달곤(李達坤·56) 경남지사 후보는 우산이나 모자도 쓰지 않고 비닐 우의만 입은 채 시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손장명 유세단장은 "시장에 도착해 철물점에서 1000원 주고 산 비옷"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법 굵은 비를 그대로 맞다 운동원들이 건네주는 수건으로 몇 차례 얼굴을 닦았을 뿐 피하려 하지 않았다. 노점에서 소주와 국밥을 먹고 있던 60대 후반의 노인이 불쾌한 얼굴로 "이렇게까지 안 다녀도 될 텐데…"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어르신께서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며 두 손으로 노인의 손을 잡은 채 90도로 몸을 숙였다.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가 생선을 저미던 장갑을 벗으려 하자 이 후보는 개의치 않다는 듯 두 손을 내밀어 장갑 낀 손을 덥석 잡았다.
잠시 후 이 후보는 시장 내 한 빵가게 맞은 편 유세차량에 올랐다.
"(작년 2월 억새 태우기 행사 때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죽고 8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화왕산 복원에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무소속 후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머니 고향이 (창녕군) 부곡면입니다. 부곡온천을 누가 애정을 갖고 손보겠습니까."
그는 '힘 있는 여권 후보론'을 담은 연설 중간 중간 "박수 한 번 주십시오"라며 청중을 유도했다.
연설이 끝나자 지붕은 있지만 조해진 국회의원 등 앞선 연사들이 오르내리면서 젖을 대로 젖은 유세차량 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이 후보는 차에서 내려와 비를 맞으며 로고송에 맞춰 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한 뒤 유세를 마무리했다. 장 보러 나온 권모(61·창녕읍)씨는 "장관 출신이라기에 뻣뻣할 줄 알았는데 실제 보니 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마산시 해운동 새벽 번개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창녕~합천~의령~진해 등의 재래시장을 잇달아 찾았고, 밤 11시 KBS 창원방송총국에서 후보자 연설방송 녹화를 마친 뒤 자정 넘어 귀가했다. 하루 이동거리가 400㎞에 달했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 후보와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후보는 한껏 몸을 낮춘 채 바닥 훑기에 전력하고 있다. 후보 선대위 강민국 대변인(중앙당 부대변인)은 "늦은 출발 등으로 인지도에서 절대 열세였다"며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 실질적으로 경남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당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24일 창원시 봉곡동 경남도당에서 정몽준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중앙선대위와 이주영 김학송 의원 등 경남선대위원장을 비롯한 경남선대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회의를 열었다. '살려라 경제! 희망캠프'라는 이름의 현장회의는 경남지역 선거대책을 논의하고, 이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기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거제~진주~대전 간 고속화철도 건설 ▲남강전통뱃길 복원 ▲12개 공공기관 2012년까지 진주 혁신도시 이전 등 경남발전 공약을 제시했다. 정 대표 등은 마산 3·15 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창원·진주·사천 일대를 돌며 지원유세를 벌였다. 정 대표는 지난 21일 양산 김해 등지에서 지원 유세를 벌인 데 이어 3일 만에 다시 경남을 찾았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경남을 방문, 이날까지 2박3일간 경남에 머물며 지원사격을 계속했다.
이들은 이 후보에 대해 "16개 시·도 지사 후보 가운데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힘 있는 도지사",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무소속 김두관 후보를 겨냥, "2002년 민주당, 2006년 열린우리당으로 각각 출마한 뒤 이번에는 야 3당과 야합, 무소속 옷을 입고 나온 '위장 무소속'"이라며 "지난 10년간 분열과 선동을 일삼아 온 친노 좌파에게 표를 줘서야 되겠느냐"며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 후보는 "선동과 싸움만 일삼는 무능·혼란세력에 경남을 맡길 순 없다"며 "반드시 압승, 도민이 행복한 경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