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박현철 기자]"2군으로 내리려고 했지. 그런데 2군에서 올라올 선수가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
12일 째 선발투수의 승리가 없는 팀. 2군에서도 올릴 수 있는 마땅한 가세 전력이 없다는 감독의 이야기와 함께 전날(25일) 선발을 계투로 투입해야 했던 팀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두산 베어스가 또다시 선발투수의 초반 난조 속에 원정 2연패를 당했다.
두산은 26일 사직 롯데전서 선발 임태훈이 기대와 달리 2이닝 8피안타(5피홈런) 6실점으로 무너지는 악재 속에 3-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전날 선발로 나섰으나 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타자일순 허용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홍상삼을 팀의 세번째 투수로 투입하는 고육책까지 꺼내들었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으나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1선발 켈빈 히메네스의 순번이었으나 히메네스가 허벅지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공백을 메우려 꺼낸 카드 홍상삼이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기록한 채 강판당했기 때문.
특히 두산은 지난 14일 문학 SK전에서 5이닝 2실점 선발승을 거뒀던 임태훈 이후로 단 한 번도 선발승이 없었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거나 리드 상황에서 나선 계투진의 방화도 있었으며 타선 침묵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치며 9경기 동안 열흘 넘게 선발승이 없었다.
"지난해 9승을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김 감독. 자신있게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낮은 제구를 선보이지 못했던 홍상삼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나왔다. 또한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이재우, 왼 종아리 수술을 받은 우완 김상현, 허리 통증을 호소 중인 진야곱을 당장 1군에 투입할 수 없어 2군에서 마땅한 가세 선수를 찾을 수 없다는 감독의 뜻도 알 수 있었다.
결국 홍상삼은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롯데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첫 타자 김주찬에게 초구부터 몰리는 공을 던져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하는 등 경기 성적도 3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좋지 못했다. 배우는 입장에서 나온 힘겨운 벌투 속에서 홍상삼은 또다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말았다.
전날 선발로 나섰던 투수를 다음날 바로 계투로 투입하는 것은 분명 엄청난 위험이 따르는 고육책이다. 그러나 2군에서도 마땅한 요원을 올리기 힘들다는 감독의 이야기와 맞물린 두산의 현 상황과 9경기 동안 선발승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경기력을 생각하면 홍상삼의 '시간차 벌투'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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