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강원랜드 직원이 80억원의 수표를 속옷에 숨겨 빼돌리다 적발된 데 이어 또 다른 환전팀 직원이 34억원 상당의 수표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5월 31일

강원랜드만큼 돈 잘 버는 기업도 드물다. 삼성전자·현대차가 아무리 잘해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7~10%지만 강원랜드는 40%에 육박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강원랜드 직원들은 회삿돈을 눈먼 돈 취급했다.

강원랜드가 '횡령랜드' '팬티랜드'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쓴 데는 사연이 있었다. 구속된 직원 둘은 범행이 벌어진 2008년 환전팀 소속이었다. 32세 여직원 최모씨는 100만원짜리 수표 8000여장을, 41세 대리도 100만원짜리 수표 3400장을 빼돌렸다.

둘의 수법은 같았다. 손님은 돈을 칩으로 바꿔 게임을 한다. 딜러는 환전 금액을 장부에 적고 현금과 수표를 돈이 든 통(드롭박스)에 넣는다. 환전팀 직원은 하루에 한 번 이 드롭박스를 카운트룸으로 가져와 정산한다.

최씨 등은 바로 이 카운트룸에서 돈을 세는 척하면서 100만원짜리 수표만 골라내 전자계산기 아래에 몰래 깔아놓았다. 정산이 끝나면 숨겨놓았던 수표를 들고 카운트룸 벽면에 있는 캐비닛으로 갔다.

캐비닛 문을 열고 계산기를 넣는 척하면서 재빨리 수표를 팬티 속과 허리춤에 구겨 넣었다. 카운트룸엔 여러 대의 CCTV가 있었다. 하지만 캐비닛 문을 열면 사람의 뒷모습만 찍히는 CCTV 사각지대였다.

최씨 등은 이 작업을 반복했고 많게는 하루에 100만원짜리 수표 100장 넘게 강원랜드 밖으로 가져 나올 수 있었다. 최씨의 경우 카운트룸에서 100여일밖에 근무하지 않아 거의 매일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빼돌렸다.

거액이 사라지는데 강원랜드는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첫째 이유는 게임테이블에서 환전한 돈과 카운트룸으로 가져온 돈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돈을 빼돌려도 회사측은 모르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등 환전팀 직원들에 대한 모니터 감시를 게을리한 탓도 있다. 모니터링 요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살폈다면 범행 초기에 사건을 막았을 수 있었다.

강원랜드측은 "딜러의 경우 게임 진행과 환전 기록 업무를 동시에 하다 보니 일부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 게임테이블과 카운트룸의 돈 금액을 맞춰보진 않았다"면서 "다른 카지노들도 강원랜드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다른 카지노도 강원랜드처럼 운영하고 있을까. 국내 최초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측은 "강원랜드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은 우리 회사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게임테이블로 환전을 위한 현금·수표가 들어올 때마다 딜러는 그 금액을 소형 컴퓨터 단말기인 웹패드에 기록한다고 한다. 회사측은 실시간으로 돈이 얼마가 들어오는지 체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는 또 매일 웹패드에 기록된 금액과 카운트룸에서 정산한 금액에 차이가 나면 경위 파악에 나선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카운트룸에서 돈을 계산할 땐 CCTV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서 작업을 한다"며 "이는 현금 만지는 카지노 직원 업무의 기본"이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작년 80억원 횡령 사건이 터진 뒤 딜러에게 노트 대신 웹패드를 보급키로 하고 카운트룸 캐비닛을 치우는 등 CCTV 사각지대를 없앴다. 매일 세 차례 딜러에게 들어온 현금과 환전팀이 수거한 돈을 체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