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1년 전 그는 수비 능력이 뛰어난 외야 기대주에 불과했다. 누구도 그의 활약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팀내 주축 선수로 급성장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오정복(24).

마산 용마고와 인하대를 거쳐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오정복은 데뷔 첫해 6경기에 출장, 타율 1할4푼3리(7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4일 현재 타율 3할1푼4리(118타수 37안타) 6홈런 28타점 25득점 1도루로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힌다.

"오정복은 잘하든 못하든 악착같이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김재하 삼성 라이온즈 부사장) "무엇을 더 보여줄지 기대된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이다".(선동렬 삼성 감독) 구단 내부 뿐만 아니라 야구계에서 오정복에 대한 칭찬일색이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뛰어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정복은 예외. 그는 왜소한 체격 조건(176cm 77kg) 등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훈 캠프가 끝날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 훈련에 나섰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1군 무대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쉼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12월 한달간 집 근처 산에 올랐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의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산에 올라 방망이를 휘두르고 해질 무렵 집으로 향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방망이를 들고 집 근처 공원에서 스윙 훈련을 소화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피곤할때면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수록 방망이를 곧추 세워 더욱 힘차게 휘둘렀다.

"지금껏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훈련했다. 1군 선수들과 달리 내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1.5군 선수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2군으로 내려갈 수 있고 올라갈 수도 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으니까 매 타석마다 목숨걸고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오정복은 "나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누가 툭 밀면 떨어질 것 같은 절박한 마음 속에 살아간다"고 표현했다. 그가 경기에 나설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더욱 잘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실감나지 않는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지금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

자신을 향한 칭찬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을 각오. 오정복은 "정말 변하지 말고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하든 나만의 목표가 있으니까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주변 분들께서 칭찬해주시는 것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목숨걸고 뛰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장타 능력이 뛰어나다. 비결은 손목을 이용한 타격보다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두르는 것. "타격할때 멀리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제대로 맞으면 홈런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내 몸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체격이 작았다. 나보다 큰 후배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작은 체격 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덕분에 홈런이 나오게 됐다. 덩치 큰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부모님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지난 2월 삼성의 오키나와 전훈 캠프 취재를 갔던 기자는 오정복과 이영욱이 숙소 근처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이들은 매일 밤마다 숙소 옆 공터에서 쉼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오정복은 2군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이영욱이 경쟁 상대가 아닌 든든한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영욱이형이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 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지금도 옆에 있어 많은 부분을 배우고 큰 도움이 된다".

오정복은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는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믿는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또한 그는 "신인왕도 좋지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발탁되는게 목표"라며 "2년 전 (박)석민이형이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도 언젠가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석민이형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단다. "아버지께서 항상 '성공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프지마라'고 말씀하신다. 초심을 잃지 않고 꼭 성공해서 진짜 효도하고 싶다. 돈 많이 벌어 좋은 집을 사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게 꿈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