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원이 넘는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 '이끼'의 촬영 세트장이 행정상의 이유로 철거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무주 군청 공보과(홍보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스포츠조선 T-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끼'의 세트장이 최근 완전히 철거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리 계획된 태권도 공원 부지 공사 일정 때문에 세트장을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이끼'는 윤태호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주인공 유해국(박해일)이 폐쇄된 마을에 들어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박해일, 정재영 등의 유명 영화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당초 '이끼' 제작진은 무주시로부터 2만 여평의 무주시 태권도 공원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받아 세트장 제작에 총력을 투입했다.
'만화에 나오는 마을을 실제로 만들어라!'는 강우석 감독의 특명에따라 13억원이란 거액이 투입됐고, 7개월간의 제작진의 노력 끝에야 만화와 동일한 세트장이 만들어졌다.
해당 세트장에는 군주의 성처럼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는 이장의 집을 비롯해 곡물창고와 축사 등 10여 채가 만들어졌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세트장인 만큼 이후 충분히 테마파크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행정상의 이유로 세트장이 철거됐다. 관계자들의 홍보 마인드의 부재가 아쉬운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영화가 흥행할 경우 충분히 테마파크로 활용돼,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2003년 영화 '실미도' 개봉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제작진들은 영화 촬영을 위해 인천 무의도 20만평 부지에 30 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세트장을 만들었지만, 한 공무원으로부터 '불법 구조물'이라고 고발당하면서 촬영 이후 완전히 철거됐다.
하지만 개봉 이후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촬영지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자 인천 시에서는 또다시 세금을 들여 '실미도' 테마파크를 재조성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무주시에서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해주는 등 영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최소한 개봉 이후까지만이라도 기다려줬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영화 '이끼'는 30년간 은폐된 한 마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