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아버지의 나라는 한국, 어머니의 나라는 일본.'

이렇게 쓰인 명함을 당당하게 들고 다니는 한국계 2세가 1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백진훈(白眞勳·51·사진)씨다. 백씨는 12일 새벽까지 당락을 오가는 피 말리는 개표전 끝에 다시 한번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백 의원은 1958년 12월 도쿄에서 경상북도 경산 출신의 재일교포 백경석(작고)씨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조부가 어머니의 결혼을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백 의원이 외조부를 처음 만난 건 외조부가 세상을 뜨기 3시간 전이었다고 한다. 백경석씨는 사립 명문 리츠메이칸(立命館)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엘리트였으며 조선일보 일본지사를 맡아 경영했다. 니혼(日本)대학 건축공학과를 나온 백 의원 본인도 1994년부터 참의원 의원이 되기 직전인 2004년 초까지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을 지냈다.

백 의원은 조선일보 지사장 시절 한반도 문제 관련 TV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출연한 것 등이 계기가 돼 현 간 나오토 총리에 의해 발탁됐다. 초선 6년간은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와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재일교포의 지방참정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백 의원은 1986년 연세대 한국어 어학당을 다닌 경력밖에 없지만 한국 사람과 거의 같은 수준의 한국말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