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경이 기자] 배우 김희원이 불혹의 나이에 충무로에 안착해 꽃을 피우고 있다. 영화 ‘아저씨’에서 장기밀매조직의 보스 만석 역할을 맡아 징글징글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다소 모자라 보이는 말투와 행동 때문에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김희원은 영화 ‘아저씨’에서 사람의 몸을 하나의 물건처럼 취급하며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고 도려내서 팔아 버리는 장기밀매조직의 보스 역을 맡았다.
“겉으로 악당같이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겉으로는 스타일리쉬한 악당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런 사람들이 진짜 악당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족한테도 잘 하는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는 게 진짜 악당인 것 같다. 그 부분은 극중에서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많이 표현을 하려고 했다. 그것과 함께 돈을 벌기 위해 무엇도 할 수 있는 독한 사람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잔인하면서도 자기 동생을 향한 애정 때문에 절절 맬 때는 인간적인 혐오도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살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막상 자신의 동생이 위기에 처할 때는 안절부절못하며 괴성을 질렀다.
“요즘 사람들의 무관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요즘에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무관심하다. 그래서 그 무관심에 극한이 뭘까. 그건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생각인 것 같다. 그 보스도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극한의 무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만 잘살면 된다. 그게 제가 맡은 악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을 했다.”
악역이면서 사람들에게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독특한 방법으로 관객들을 웃긴다. 처참하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이거 방탄유리야!”라고 말할 때 특히 많은 관객들이 웃었다. 뒤이어 잔인한 장면이 올 것을 예측하면서도 찌질한 상황에서도 대차게 구는 모습에 웃음이 비실비실 세어 나왔다.
“무대인사를 다니면 만석 역할을 김희원이라고 관객들이 밝게 웃어주신다. 악역인데 이런 반응이 와서 다소 생소하기도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악당 보스인데 멋있게 싸워서 죽어야 하지 않냐고 했지만 감독님이 이게 ‘리얼이다’라고 했다. ‘총도 없지 않냐 어떻게 싸우냐? 보다 더 리얼하게 가자’고 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감독님이 대본을 쓰셨고 ‘그래 이게 리얼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장면을 연기했다.”
극중에서 눈동자가 들어간 투명한 통을 낚시하는 장면도 잔인하고 소름끼쳤다. 잔인하면서도 조그마한 낚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도 상대적으로 찌질해 보여 여기서도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게 실제로 특수효과팀이 사람 안구 크기로 똑같이 만들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계란만하다고 한다. 되게 무거웠다. 낚시를 했더니 무거웠다. 그 느낌이 되게 묘했다. 진짜로 사람 눈과 같은 크기, 무게를 실제로 다 맞췄다. 그 순간에 그걸 연기를 할 때는 동생에 대한 걱정 때문에 복수한다는 마음으로 일부러 더 독하게 했는데도 그게 사람 눈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느낌이 저도 들면서 즐겁지만은 않았다”
나이트클럽, 눈동자 낚시를 하는 큰 욕실 같은 곳에서 액션 신 촬영을 하다 보면 NG가 많이 났을 것 같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는 감독님이랑 사전에 굉장히 많이 이야기를 했다. 캐릭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막상 연기를 할 때는 전혀 흔들림 같은 게 없었다. 이견차이가 없었다. 수시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촬영 때는 감독님이 원하던 그림이 한 번에 나와서 2 테이크 이상 간 것이 없다. 거의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 이 영화는 대부분 1,2컷 빼고는 다 한번에 오케이가 났다. 집중을 굉장히 많이 했다.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까 확신이 생겨서 흔들림이 없었다. 한 번에 갔다. 촬영할 때 5,6시간 기다리고, 촬영은 10분 만에 끝나고 그랬다.”
극중에서 차태식으로 출연하는 원빈과 계속 대립관계를 보이지만 실제로 마주치는 장면은 별로 없다. 원빈과 호흡은 어땠는지.
“빈이랑 연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번은 새벽 4시인가 방에 들어가서 가기 전에 서운하니까 방에서 커피한잔 하면서 이야기할까 했는데, 아침 10시까지 연기 이야기를 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이 연기 저 연기 연기할 때 캐릭터 이야기를 아침 10시까지 이야기를 했다. 연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됐다. 아침 10시까지. 캔커피 하나 마시면서 아침 10시까지 연기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걸 계기로 친해졌다”
“처음에는 빈이가 스타니까 약간 선입견이 있었지만 나중에 그런 과정을 통해서 친해지게 되면서 빈이도 그냥 청년이구나 싶었다. 빈이는 동네 호프집에 자주 간다. 비싼데도 안 가고 그렇다. 그렇지만 모자를 입까지 가리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잘 못 알아 본다. 동네 청년이 맞다”
영화 ‘아저씨’로 김희원에 대한 충무로 안팎의 관심이 높다. 주위에서도 좋은 반응이 많을 것 같다.
“전화가 많이 온다. 4년 동안 연락 한 번도 안 왔던 분들한테 연락이 온다.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다’ ‘영화 너무 좋다’ ‘캐릭터 너무 좋다’라고 전화가 많이 오신다. 거의 옛날에 잠깐 아시는 분들한테도 전화가 많이 오는 게 영화도 재미있고 저도 많이 보였나보다 그런 생각을 전화 때문에 알게 됐다. 전화가 많이 온다. 하루에 몇 통화씩 전화가 매일 온다”
마지막으로 김희원은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입장은 아니다. 그렇게 유명한 입장도 아니고 연기를 그냥 열심히 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대본을 보고 ‘아 이거 내가 참 잘할 수 있겠다’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하고 싶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고 싶다. 대본을 많이 보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 ‘이 영화는 재미있고 잘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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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