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경이 기자] 최민식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최민식은 많은 후배 연기자들이 가장 닮고 싶은 남자 배우 1위, 함께 꼭 연기하고 싶은 배우 1위로 손꼽힐 만큼 그의 연기에 있어서 열정과 몰입도, 캐릭터의 완성까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충무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적지 않게 최민식의 복귀를 기다려왔다. 영화 ‘쉬리’ ‘해피엔드’ ‘파이란’ ‘올드보이’ ‘꽃피는 봄이 오면’ ‘주먹이 운다’ ‘친절한 금자씨’ 등 최민식이 한 연기는 관객들에게도 강렬하게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김지운 감독과 손잡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연쇄살인범 경철 역을 맡은 최민식은 역시나 지독하고 살벌하게 연기를 펼쳐내며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여자들은 겁탈해 사지를 절단하고, 남자들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며 최후를 맞게 한다. 칼, 망치 등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이용해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은 조금도 없다.
많은 관객들이 ‘악마를 보았다’를 본 이후에 “숨 막히는 복수. 최민식 연기는 최고다” “잔인하지만 최민식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이병헌 최민식의 연기는 최고이다”라는 평을 올리고 있다. 영화의 잔혹한 부분에 대해 극과 극의 논란이 오가지만 최민식과 이병헌, 두 주연배우의 연기에는 이견이 없는 호평을 보내고 있는 것.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더 잔혹한 살인범이 된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잔인한 살인마의 잔상이 남아 있는 가운데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를 마주했다. 처음 대면한 최민식은 인상 좋게 생긴 편안한 아저씨와 다름없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작품으로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드러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했다. 이에 오랜만에 돌아와 주변의 친한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연쇄살인범 역할을 다시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손 사레를 치며 “살인의 ‘살’자도 다시 안하고 싶다”며 “차기작도 블랙코미디 장르이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이제 이런 잔혹한 영화는 다시 못할 것 같다. 심리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고 전했다.
-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만에 상업 영화로 복귀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선택한 이유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5년만에 나오니까 뭔가 센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이걸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그 전에 이야기되고 있었던 두 작품이 있었는데 인연이 닿지 않아 아쉽게 못하게 됐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다 열어두고 간다. 머리를 굴려서 범인을 찾을 노력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특이한 게 잡아뒀다가 죽이지 않고 다시 놔준다. 그 부분이 재미있었다. 금방 죽이지 않고 고통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다. 천배 만 배 돌려주겠다, 인데 굉장히 감정선이 세다. 되게 감정적이고 이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전개였다. 벌레 눌렀다가 풀어주고 다시 누르는 것처럼, 폭력의 시발점은 분노이다. ‘너 같은 놈은 죽어야해’하는 분노에서 출발을 하지만 결국에는 복수를 하면서 폭력에 중독된다. 그게 굉장히 원색적이지만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만큼이나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런 상징도 이 작품에서는 담고 있다.
- 영화가 개봉한 이후 잔혹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관객들의 평점이 0점 아니면 10점이었다. 이런 극과 극의 평가를 예상했었다. 찍으면서도 ‘이거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찍었다. 저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을 한다.
▲제가 관객들한테 어떻게 봐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야말로 관객들의 몫이다. ‘난 이런 영화 싫어. 난 이런 영화 짜증나’라고 한다면 그건 그 분들이 맞는 거다. 다만 왜 이렇게 잔인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만 하다. 김지운 감독의 의도도 그냥 보이는 시각적인 잔인함보다는 그 이면에 깔린 폭력의 중독성에 관한 것을 푸는 것이다.
- 계속 수위가 높아지는 폭력성에 모방범죄의 위험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잔인한 영화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있다.
▲영상창작물 하나가 굉장히 부정적인 파급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관객들은 그 부분에 자정능력이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외국과 같이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작품을 관람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이정도의 영상에 놀랄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파급력이 있다는 말에 납득이 가지만 우리 스스로 자정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스릴러가 편중돼 영화의 장르가 획일화되는 것은 아닌지 그 부분이 우려가 된다.
- 실제 스릴러물이나 잔혹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저도 개인적으로도 ‘텍사스전기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영화는 못 본다. 제 취향이 아니다. 저는 차리라 ‘오멘’ ‘엑소시스트’ 같은 영화가 좋다. 신의 영역, 종교적인 그런 차원에서 악마와 신과의 대결은 흥미롭게 본다. 별로 안 무섭고. 또 그런 영화에 굉장히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다.
- 극중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아 그 인물이 돼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역할에 몰입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동네 사우나에 가고 그러면 얼굴이 낯이 익어서 친근함의 표시로 어르신들이 툭 치기도 하고 그런다. 그때는 “아 네” 그러고 웃고 넘어간다. 근데 이번에 영화 촬영 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니까 웬 아저씨가 친근감의 표시를 하면서 “어디 최씨야?” “전주 최가에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 순간 ‘이 새끼가 왜 반말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 자신에게 섬뜩함을 느꼈다. 크랭크인 하기 전이었는데 그 순간 딱 보니까 엘리베이터 안에 CCTV가 있었다. 뭐 하나 빠지면 심하게 빠지는 스타일인데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영화 촬영에서 연쇄살인범이 돼는 과정을 테크니컬하게 소화하려고 했다. 정말 몰입해버리면 난리가 날 것 같았다.
-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부모와 아들을 최후의 순간에 함께 자리하게 했다.
▲이 영화는 정상적인 상식을 갖고 법에 힘을 빌린다든지 공권력의 힘을 빌린다든지 하는 차원은 넘어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 이놈을 어떻게 죽어야하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광장에서 공개처형하듯이 하는 방법도 있었고, 단 둘이 결단을 내는 버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수현의 복수가 정서적으로도 잔인하고 섬뜩한 수현(이병헌 분)의 복수다웠다. 이 결말이 우리가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아이디어였다.
- 영화 ‘친절한 금자씨’도 그렇고 ‘악마를 보았다’도 살인자 역이다. 앞으로 이런 역할을 또 맡은 계획인지.
▲살인의 ‘살’자도 안하고 싶다. 이제 안 하고 싶다. 무슨 작품을 하든지 이런 것을 또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거와는 다를 것이다. 다른 종류로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
- 이병헌과의 처음 호흡을 맞췄다. 어떤 연기자이자 후배인지.
▲이병헌은 굉장히 몰입도가 좋은 배우이다. 그런 면에서는 촬영에 들어가면 ‘날 또 얼마나 패려고 그러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병헌은 프로페셔널 한 배우이다. 그런 후배를 보면 참 좋다. 현장에 와서 정신 오백년 나가서 대충 찍고 가는 배우랑 차이가 있다. 책임을 지니까. 항상 하는 이야기가 배우는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병헌이는 한류다 뭐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디테일하고 치밀하고 잘 계산된 배우이다. 그 연장에서 황정민 류승범 같은 참 좋은 후배들이랑 작업을 하는 것은 너무 좋다. 싫은 배우는 언급도 안 한다. 정신 오백년 나가있는 배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 최민식은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배우다. 앞으로의 행보에도 관심이 많이 쏠린다.
▲이제부터 정말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내가 공격적으로 뛰어들어서 제작자, 프로듀서도 만나고 아이템도 기획을 해보고 그래서 투자사한테 ‘당신 돈대’ 뭐 그렇게 공격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차기작으로는 블랙코미디 장르를 검토하고 있다. 경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되게 웃긴 골 때리는 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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