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경이 기자] 영화 ‘아저씨’에서 새 하얀 얼굴을 해서 사람 죽이는 걸 무슨 바퀴벌레 죽이는 듯 여기는 조폭 양아치 종석을 연기한 김성오(32)가 화제다. 배우 김성오가 연기한 종석은 장기 매매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조폭 두목 형의 동생이다. 형과 함께 사람을 죽여 장기를 얻고 장기를 판 돈으로 자신의 명품 옷을 사는데 투자해 ‘명품 간지’를 살리는 뼛속부터 악인이다.
종석은 그것이 악한 일인지 모르고 행하고 오히려 자신을 쫓고 때리고 사람이 아니라는 듯 고문하는 차태현(원빈)을 향해 당체 왜 그러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이에 대해 김성오는 “종석이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온 인물이다. 본인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인지 모르고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니 원빈이 복수극을 펼치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되고 종석의 입장에서는 원빈이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나쁜놈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2000년 연극 '첫사랑'으로 데뷔한 김성오는 올해 연기 10년차이다. 연극 무대에서부터 잔뼈가 굵었고 이후 SBS 공채시험에 응모해 단 한 번 합격, 공채 탤런트로 SBS의 각종 드라마에 크고 작은 배역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었다.
- 악역을 연기하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누구나 다 착한 모습이 있으면 악한 모습이 있다. 악한 부분의 모습을 더 끄집어냈다.
- 조폭인데 명품을 좋아하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설정 자체는 있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흔히 말하는 ‘강남필’이 나는 조폭으로 설정했다. 이 아이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러면 옷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그런 것에 꽂히는 사람이다. 형(김희원 분)은 그런 나를 귀엽게 봐주면서 동생으로 아껴주고 그런 것이다.
- 극중에서 형으로 나오는 만석과 친형제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둘 다 지독한 악역인데 우래 만큼은 남달랐다. 그에 반해 다른 아이들을 별 생각 없이 죽이는 악역의 이미지가 더 혐오스러웠다.
▲친형일까, 친형이 아닐까로 관객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저희도 그런 경계를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만석 역을 맡은 희원 형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연기했을 때, 악역하면 단순한 악당으로 보이지 말고 가족애, 형제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쁜 사람도 그런 것은 있을 수 있고 슬픔도 있을 수 있다. 나쁜 사람인데 동생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서 초밥을 건네준다든지 작지만 그게 표현이 되면 반대로 악당의 면모가 더 살지 않을까 생각했다.
- 피부가 되게 하얗게 나왔다. 그에 반해 큰 눈은 광채가 나면서 희번덕거려 눈빛부터 별 생각 없는 양아치, 악인의 느낌이 얼굴에서부터 풍겨져 나온 것 같다.
▲원래 피부가 흰색이고 눈 밑은 약간 불그르스름 하다. 분장을 안 하면 불그스름하다. 그래서 오히려 분장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종석이가 마약을 하거나 뽕을 맞거나 그런 장면은 없지만 그런 부분에 몸 담고 있는 인물이라서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영악한 아이라서 그에 중독될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걸 즐기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얼굴에 드러내려고 했었다. 얼굴은 창백한데 눈 밑은 불그르스름한 것이 대마를 어느 정도 즐기는 조폭으로 표현하려했다.
- 눈빛이 약간 살짝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살짝 ‘돈’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33년간 비흡연자였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담배를 시작했다. 아직도 담배를 왜 하는지는 모르겠다. 극중에서 담배를 피우는 신이 딱 한 신이 나온다. 그런데 33년을 안 피우다 피워서 너무 어색했다. 그래서 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이런 남성적인 영화가 많을 텐데 그러면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계속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담배를 배우게 됐다.
▲그리고 담배를 안 피우다 피우니까 한 대 딱 피우면 정신이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 이 느낌이다’ 싶었다. 실제 대마나 엑스터시를 못하지만 종석은 그걸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마약류를 담배로 대신해서 그런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딱 한 모금씩 피우고 들어갔다.
- 극중에서 형으로 나오는 김희원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캐스팅이 되고 형님이랑 자주 만났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자주 만나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친형처럼 같이 다녔다. 지금은 너무 가까워졌다. 진짜 친형 같다. 역할 분석을 하면서는, 악역으로 표현하지 말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악역으로 표현을 하자고 했다. 악한 모습만이 아닌 형제애가 보이면 우리는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 ‘아저씨’가 10년의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는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 같다.
▲저한테는 되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사실은 감독님이나 제작 대표님, 피디님이 종석이라는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제가 그 동안 이렇다 할 큰 게 없었는데 과감하게 캐스팅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되게 기뻤다. 지금은 관객도 많이 들고 주위에서 좋은 말 많이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역할로 보이는, 어떤 역에 저를 갖다 붙여도 다 어울린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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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